부지런한 사랑 - 이슬아 [이오진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이슬아는 ‘일간 이슬아’라는 메일링 서비스로 출판계에 한 줄기 레이저를 쏘아올린 20대 작가이자 출판인이다. <부지런한 사랑>은 그가 글쓰기 수업을 하며 만난 아이들과 함께 나눈 시간을 담아낸 책이다. 누드모델,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스스로 글쓰기 교사가 된 대학생 이슬아는 6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하며 사랑과 우정과 교육에 관해 배워가고 있다고 썼다.
작년부터 나도 글쓰기를 가르친다. 이 말을 할 때마다 울상이 되는데, 나도 잘 못하는 걸 남에게 가르친다는 사실이 겸연쩍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가르치며 새삼 글쓰기의 효용을 배운다. 글쓰기는 아팠던 기억도 미웠던 사람도 새로이 기억하게 한다. 그때의 냄새를 되살리고 온도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순간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게 도와준다. 쓰지 않은 것들은 쉽게 날아간다.
이슬아는 “내가 먼저 무언가를 내주어야만 그들도 소중한 것을 나에게 주었다”고 썼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짐작해본다. 잔소리를 하기 위해선 나를 먼저 털어놓아야 한다. 실은 나도 마감을 잘 못 지킨다고,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어 울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하지만 노트북을 열고 씩씩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없던 이야기가 생겨난다고. 오늘 여러분 반에서 누군가가 놀라운 글을 썼다 해도, 내일은 못 쓸 수 있다고. 저런 게 재능인가 싶은 친구에게도, 계속 쓰는 날들이 없다면 그 빛은 곧 사그라진다고. 재능은 힘이 없으니까, 우리 멀리 보고 가자고.
나는 나에게 하는 말을 나의 글쓰기 학생들에게 한다. 이 마음에는 사랑 비슷한 것이 들어 있다. 이 사랑은 부지런한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슬아 작가에게 배웠다. 더 잘 칭찬하기 위해 많이 읽고 게을러지지 않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누군가 먼저 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더 담대하게 오늘의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오진 |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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