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화성 탐사의 '결정적 순간'

도재기 논설위원 2021. 4.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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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성 무인헬기 ‘인저뉴어티’가 사상 처음으로 외계행성에서 동력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인저뉴어티가 공중에 떴을 때 땅에 드리운 그림자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매리너 4호’ ‘스푸트니크 24호’ ‘마스 3호’ ‘바이킹 1·2호’ ‘스피릿’ ‘오퍼튜니티’…. 지난 60여년 동안 화성 탐사에 사용된 탐사선과 탐사 로버들의 이름이다. 인류의 영원한 욕망인 우주 탐사는 태양계 행성인 수·금·지·화·목·토성과 천왕성·해왕성, 2005년 더 큰 행성 에리스의 발견으로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까지 이어지고 있다.

행성들 중 화성은 탐사 활동이 유독 활발하다. 지구와 가까운 데다 암석으로 구성됐고, 물이 존재한 흔적이 있는 등 ‘제2의 지구’로서의 가능성이 높아서다. 환경오염·자원고갈 등으로 지구가 멸망할 때 인류의 생존지로 연구되는 것이다.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 화성에서 인류의 우주 탐사 새 역사가 쓰였다. 인류가 만든 비행체인 ‘인저뉴어티(Ingenuity)’가 화성 상공, 즉 지구 밖 다른 행성에서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소형 무인헬기이자 무게 1.8㎏의 인저뉴어티는 고도 3m, 30여초의 체공시간을 기록했다. ‘화성의 드론’이라 할 인저뉴어티의 성공은 화성과 다른 행성의 탐사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위성과 로버의 단점을 극복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지표면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지구에서 성공한 동력 비행이 이제 화성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의 땅에 첫발을 내디딘 것처럼 인저뉴어티는 화성 땅을 날아오르며 새 역사의 결정적 순간을 연출했다.

결정적 순간은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말이다. 어떤 상황·인물을 촬영할 때 핵심적 정체성이라 할 만한 한순간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을 말한다. 그가 전시회에서 밝힌 결정적 순간은 사진예술에서 상징적 용어가 됐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 행운일 뿐이라고 폄훼되자 브레송은 백조의 발처럼 ‘결정적 순간을 위한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을 강조했다.

인저뉴어티가 선사한 결정적 순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화성에 착륙한 순간 불타버린 ‘마스 3호’, 화성에서 잠든 ‘오퍼튜니티’를 기억해야 할 이유이다.

도재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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