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퇴행적 선택이냐 묻지만"..흑백 영화의 '역발상'

이수진 기자 2021. 4.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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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에 총천연색이 등장한 게 벌써 90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일부러 영화에서 색을 지워내고, 그런 흑백 영화를 찾아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흑백을 고집하다 30년 가까이 영화가 되지 못했던 '맹크'는 다음 주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흑백 영화들의 이유 있는 선전을 이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 (지난달 16일) :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나리'의 윤여정]

'미나리'와 함께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맹크'는 영화에 대한 영화입니다.

[영화 '맹크' 중 : 우린 돈을 받고 추억을 팔아. 물건은 계속 우리 손에 있지. 영화의 장점은 그런 거야.]

미국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가 탄생한 과정을 다뤘습니다.

흰색과 검은색만으로 이뤄진 화면에서 1930년대는 선명하게, 1940년대는 부드럽게, 흑백의 선명도로 변주를 펼칩니다.

'미나리'와 함께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그래서인지 "흑백은 컬러보다 자유롭다"고 말합니다.

우리 극장에 걸려 있는 이 조선시대 배경의 영화도 흑백입니다.

흑산도에 귀양 와 바다의 세계에 눈 뜬 정약전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색을 지웠습니다.

[이준익/감독 : 컬러의 시대에 흑백을 고르는 건 퇴행적인 선택이 아니냐 볼 수도 있잖아요. 적은 정보를 통해 핵심을 빨리 캐치하는 장점이 있죠.]

19세기, 조선 후기를 그리면서 섬의 풍광에서 색을 포기한 영화는 수묵화 같은 절제와 여백의 아름다움을 얻었습니다.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도 지난해 흑백 영화로 돌아왔는데, 덕분에 영화의 주제 의식, 계급의 차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봉준호/감독 : '흑백으로 보니까 화면에서 냄새가 나는 거 같다'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흑백 영화들은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화려한 컬러 화면에 익숙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영화인·CJENM)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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