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균형] 순록 태풍의 진실

2021. 4.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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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 태풍은 인류에게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의 노르웨이 지역에 거주하던 바이킹에게도 순록은 중요한 자원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과 협력하던 개들은 사람의 발로서는 따라잡기 어려운 순록을 따라잡아 멈춰 세웠을 것이고, 순록이 방어진을 만들도록 몰아붙였겠지요.

그리고 뒤따라온 인간은 활과 창을 이용해 순록을 사냥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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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 태풍. 유튜브 캡처

얼마 전 많은 국내외 뉴스에서는 순록 무리의 태풍과 같은 움직임을 앞다투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미국 PBS 다큐멘타리 'Wild Way of the Vikings' 중 https://www.youtube.com/watch?v=xv8UtXWk8UI) 늑대 같은 천적에게서 무리를 지키고자 수컷들이 바깥을 감싸고 안에는 암컷과 어린 새끼들을 보호한다는 것이었죠. 소셜미디어에도 ‘사람보다 낫다’는 등의 칭찬 일색이었죠.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저 큰 무리가 선택적으로 암컷과 어린 개체들을 골라내 안에 두고 바깥에는 성장한 수컷들이 버티고 있을까? 물론 코끼리나 사향소와 같이 소규모 집단을 이루는 초식동물들이 이처럼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진을 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순록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어라? 가운데에 새끼는 안 보이는데? 다 큰 녀석들만 가운데 있는데 이건 뭘까 하고 말이죠. 순록 무리가 만드는 커다란 원형 방어진은 사실 늑대나 불곰 공격에 대한 대응책입니다. 2002년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25마리 수준만 되더라도 원형 방어진을 만드는 게 보고된 바 있지요. 여기에는 암수 성별이나 나이 따위는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다 성장했다 하더라도 앞서 죽고 싶은 개체는 없는 법이니까요. 빠른 원형 회전을 통해 공격자가 특정 개체를 목표로 삼지 못하도록 착시를 만드는 방법이죠. 마치 얼룩말의 줄무늬가 체체파리와 같은 흡혈 곤충이나 포식자 시각에 착시 효과를 일으켜 혼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에는 특정 불곰 개체들은 이 행동을 알고서 원형진을 만들기 전에 공격해 들어가는 방법도 배웠다고 하는군요. 먹고 살아남기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요.

순록 ©Pixabay

순록 태풍은 인류에게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의 노르웨이 지역에 거주하던 바이킹에게도 순록은 중요한 자원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과 협력하던 개들은 사람의 발로서는 따라잡기 어려운 순록을 따라잡아 멈춰 세웠을 것이고, 순록이 방어진을 만들도록 몰아붙였겠지요. 그리고 뒤따라온 인간은 활과 창을 이용해 순록을 사냥했을 겁니다. 이젠 스노모빌과 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자연적 균형에 가까운 원형 방어진이란 쓸모가 없어졌지요.

몇 년 전 눈 쌓인 절벽을 기어올라서는 새끼곰과 이를 기다리던 어미 불곰 영상을 보고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상을 보면 어미곰은 금세 절벽을 오르지만, 새끼곰은 오르다가 미끄러지기를 반복하지요. 하지만 끝내 올라서는 새끼곰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어미곰의 특이행동이 보였지요. 절벽을 거의 올라선 새끼를 촬영하기 위해 드론은 근접했고, 순식간에 보이는 어미곰의 앞발후려치기 때문에 새끼곰은 절벽 밑으로 한없이 미끄러져 갑니다. 곰이 인간을 공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새끼보호 본능입니다. 곧바로 드론으로 야생동물을 괴롭힌 가장 유명한 사례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자연에 대한 수많은 인간의 오해를 경험했지요. 사람보다도 나은 동물이라는 착각을 깨뜨려서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인간 눈으로만 동물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가를 말씀드리고도 싶었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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