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삼계탕까지, 중국의 끝없는 탐욕
얼마 전에 중국에서 삼계탕이 그들에게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와 또다시 공분이 일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삼계탕을 검색하면 바이두 백과사전의 설명이 나오는데, 거기에 '삼계탕은 고려삼, 닭, 찹쌀로 만든 중국 광둥식 국물요리로 한국에 전해져 대표적인 궁중요리가 됐다'라는 설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바이두 백과는 누리꾼 참여형 백과사전 서비스여서, 중국의 어느 누리꾼이 이런 주장을 편집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애국주의 누리꾼들이 주도하는 최근 문화침탈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렇게 누리꾼들이 주도하고 관이 은근히 방조하는 듯한 모양새가 중국의 문화침탈 양상이었다.
삼계탕이 중국의 광동성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고려삼을 넣고 끓여먹는 음식이 어떻게 중국의 남쪽 끝에서 생겨난단 말인가? 이런 어이없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자료도 없이 태연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중국 누리꾼들의 행태가 그야말로 '막가파'식이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막가파식 주장이 공공연하게 횡행하는 모습에서 중국의 현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한국문화를 자기들 것으로 편입하려는 의도가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른다. 중국 누리꾼이 압도적인 숫자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홍보전에 나서면 국제적 인식이 그들 의도대로 흘러갈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을 노리고 엄청난 구독자수를 자랑하는 중국의 인플루언서들이 한복, 김치 등이 중국 문화라는 식의 선전물을 반복적으로 만드는 것일 게다. 누리꾼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 속에서도 한국 문화를 표현하는 일들이 나타난다. 또, 샤오미는 한복 입은 캐릭터 이미지를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제공하면서 '중국 문화'(China Culture)라는 제목을 달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의 인식도 이런 정보들로 인해 더욱 왜곡될 수 있다. 처음엔 일부 극렬한 누리꾼들이 정보 왜곡을 주도했는데, 그 정보가 널리 퍼지고 일부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일반 누리꾼들이 그것을 기정사실로 인식하거나 더욱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자신들의 역사왜곡이 정말 사실이라고 믿으면서 강경한 입장을 지속하는 확신범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나타났던 일이다. 일부 우익들이 "일본은 침략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역사왜곡을 하지 않았다. 한국은 거짓말쟁이다" 이런 주장을 반복하자 일반 누리꾼들까지 그것을 그대로 믿게 돼 혐한 바람이 불었다. 이젠 한국을 때리면 책이 잘 팔린다며 혐한 시장까지 생겨났다. 이렇게 자신들의 왜곡을 사실이라고 믿게 되면 한국에 대한 적개심과 피해의식이 더 강해진다. 한국이 정말 거짓말을 일삼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침탈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우리가 듣기엔 너무나 황당한 중국 누리꾼들의 논리가 만들어졌다. '한국인들은 중국 문화를 훔친다, 자꾸 중국 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우긴다'는 논리 말이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우리는 김치, 한복, 삼계탕 등 우리 문화를 우리 것이라고 할 뿐이지, 중국 문화를 우리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 음식이 표현된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우리 누리꾼들이 공격해 폐지시키기까지 했다. 중국 것은 확실히 중국 것이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인들이 중국 문화를 한국 것이라고 우긴다는 인식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악감정으로 인해 앞으로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황당한 주장들이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우리의 반발도 당연히 더 강해질 것이다.
중국 누리꾼들의 끝없는 탐욕이 문제다. 만약 한류가 뜨지 않았다면 김치, 한복, 삼계탕에 중국 누리꾼들이 관심 갖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뜨니까 관심이 생기고, 그게 좋아 보이니까 중국 것이라고 우기게 된 것이다. 이점을 그들이 깨달아야 하는데 현재 중국 분위기를 보면 그런 각성을 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속적으로 우리 문화를 지키면서 국제적인 홍보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어쩌다 양 옆의 강대국에게 동시에 왜곡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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