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내년 대선이 있어서 백신 걱정 안 한다"

이규화 2021. 4. 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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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요즘 시국걱정은 북핵도 일자리도 아니다. 온통 백신이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복귀를 선언한 이스라엘과 영국을 보면서 몇 개월 후 우리 모습이길 그려본다. 하지만 현실은 4차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정부는 방역지침을 어기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으름장이다. 마치 국민이 무언가에 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통계를 보면 이스라엘 미국 영국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 락다운을 시행 중인 독일과 프랑스도 18일 기준 1차 백신 접종자가 전 국민의 4분의1을 넘었다. 미국에 버금가는 확진자를 기록했던 브라질도 전 인구의 15.5%가 1차 접종을 마쳤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는 관광객에게 무료로 접종을 해준다며 백신관광상품을 팔고 있다. 우리는 접종률이 지난 19일 현재 2.93%에 불과하다.

지금은 모든 게 백신으로 통한다. 백신을 빼놓고 방역을 말하는 건 총 없이 전장에 나가라는 것과 다름없다. 독에 중독됐는데, 해독제 말고 달리 무얼 찾겠는가. 이 단순한 사실을 도외시하고 백신확보 실패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한 것은 백신확보라는 숨은 목적이 있었다. 스가 총리는 방미 중 화이자 CEO와 통화해 추가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9월까지 일본 16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접종할 물량을 확보했다. 미국 백신회사가 단기간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작년 5월부터 미국 정부가 백신 초전격작전(워프 스피드)을 펴면서 180억 달러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정부의 도움이 작용했을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접종일정이 헝크러진 우리로서는 화이자 백신 확보가 지상과제다. 20일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미국과 백신스와프(생산시설과 백신 교환)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는데, 국내 백신 생산시설을 얼마나 가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담판을 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5월 방미까진 시간이 너무 멀다. 22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후변화 화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때 백신을 요청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 정부가 확보한 물량을 우선 제공받는 것까지 부탁해야 한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국민 톱10 국가 중 하나다. 올 여름 세계 주요국가 국민이 백신여권을 갖고 여행을 떠날 때 한국인은 먼산만 바라봐야 한다. 지난 1년 6개월을 참아왔던 국민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작년 2, 3월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에서만 감염이 확산될 때 세계 각국은 잇따라 한국인 입국을 막았다. 백신여권은 그 때보다 더 큰 수모를 한국인에게 안길 것이다.

한가하게 여행 얘기냐 하겠지만, 백신은 곧 경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37년 만에 최고의 GDP 성장률(6.4%)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한국도 3.6% 성장을 예견했다. 그러나 이는 접종이 일정대로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다. 그렇지 못하면 마이너스 성장도 감수해야 한다. 백신은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경제정책이자 민생대책인 셈이다.

끝내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 국민은 불행해진다. 그건 또 문재인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 한국이 집단면역의 섬으로 남겨진 상태서 내년 대선을 치른다는 것은 문 정권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따라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백신을 확보할 것이다. 백신스와프까지 나온 것을 보면 쿼드 참여 등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것을 대폭 수용할 모양이다.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선 "내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백신 걱정은 안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으로선 문 정부가 백신 확보에 성공해 예정대로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걸 갖고 또 뻔한 대선 흥행카드로 쓰려 해도 말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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