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빌릴 수 있을까?

김지은 2021. 4. 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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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정의용 외교부 장관 국회 현안질의서
"미국과 협의..일차 반응은 쉽지 않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과 이른바 ‘백신 스와프’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를 통한 백신 수급 가능성에 더해 정부의 백신 외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거론된 ‘백신 스와프’(Vaccine Swap)는 당장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이 미국한테서 일부 물량을 지원받고, 나중에 갚는 형식이다. 앞서 박진 국민의힘 의원도 ‘한국이 미국에서 백신 또는 백신 원료를 긴급 지원받고, 이후 한국 제약회사에서 백신을 생산해 미국에 갚는다’는 구상을 제안한 바 있으나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은 보다 포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박 의원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달리던 때였다.

정부 쪽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의 접근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5월께엔 미국이 어느 정도 백신 물량을 풀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3월 초 ‘5월부터 성인 누구나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4월 초엔 ‘5월 말까지는 미국 성인 대부분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9일(현지시각)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성인 1억 3230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1차례 이상 맞았다고 집계했는데, 이는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다가 미국이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12억도즈(7억5천만명분)로 미국 성인 2억6천만명분의 3배를 웃도는 물량이다.

정부가 백신 스와프에 좀 더 적극적인 검토에 나선 다른 이유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등 코로나19의 백신의 유효기간이 6월이라는 점과 미국이 유휴 백신을 폐기 처분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백신 개발사들이 계약을 맺을 때 다른 나라에 줄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남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 줄 수 없고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3월 자국에서는 사용허가가 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400만도즈를 멕시코와 캐나다에 빌려주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백신 개발사들이 묶어놓은 ‘폐기’ 조항을 미 정부가 풀도록 역할을 한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지난 3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지난 17~18일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의 방한 당시 백신 협력을 타진했다고 한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18일 브리핑에서 확인한 “양도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00만도즈 분량”이었으며, 이밖에도 “모더나, 화이자 등” 백신도 ‘추가 물량’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과 아시아 등과도 백신 수급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도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는 빨리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백신을 우선 빌리고 추후 들어오는 우리 백신으로 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징조들에도 이날 정 장관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발언에서 확인된 미국 쪽 반응은 시원찮다.

정 장관은 “미국도 금년 여름까지는 소위 집단 면역을 꼭 성공을 해야 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해서 그걸 위해서는 자기들도 사실은 백신이 그렇게 충족한 분량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다”며 “그 이후(집단 면역 형성)에는 우선적으로 (한국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일차적인 입장 표명은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조 요청에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이 올여름 집단 면역 형성을 목표로 백신 원료 및 관련 장비 수출 통제를 풀지 않고 있는 점이나,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 샷’ 접종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 등은 미국 쪽 반응을 뒷받침한다. ‘부스터 샷’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늦여름에서 초가을께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미국을 통한 백신 협력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뿐 아니라 여러나라가 내년 이후 상황을 고려해 한쪽으로는 ‘백신 자립’ 계획을 놓고 상호 협력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는 개별 제약사와 추가 물량 도입을 위한 협의와 함께 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백신 협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 장관은 “미국이 우리에게 요청을 해서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국내 수요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을 공수해줬다. 그러한 사실도 우리가 미국에 지적하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개최 이전까지 좀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a friend in need id a friend indeed)”라는 정 장관의 말대로 한-미 간 백신 ‘우애’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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