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정부, '백신+α 확보' 총력전..설익은 스와프 논란도

최하얀 2021. 4. 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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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한-미 백신 스와프 추진에 미 "현단계 어렵다"
대통령이 말한 2분기 모더나 도입은 사실상 3분기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연 긴급현안보고에서 최종문 2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제적인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과 일부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여러 채널을 통해 ‘백신 추가 도입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거듭 밝히고 나섰다. 화이자 등 개별 제약사와 진행 중인 조기·추가 도입 협상과 별개로 미국 정부와 협의하는 ‘한-미 백신 스와프’ 구상도 거론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 구상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부족 비판에 다급해진 정부가 설익은 협상 과정을 중계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 물량 곧 계약”…정부 ‘설익은’ 협상 중계

권덕철 범정부 백신도입 티에프(TF) 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초 계획되어 있는 백신과 곧 계약 예정인 추가 물량을 차질 없이 도입하고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도입이 계획된 7900만명분 다섯 가지 백신(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에 더해 추가로 백신을 도입하기 위한 ‘계약’이 임박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추가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전날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 의원님이 일본 총리의 성과를 말씀하셨는데, 우리 정부도 그와 같은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백신 공급 회사와 추가 백신 공급 논의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방미 중이던 지난 17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통화해 백신 5천만명분을 더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홍남기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은 정부 고위 인사가 화이자를 비롯한 미국 제약사를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백신 협력 등 현안에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선 ‘플러스 알파’ 물량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하반기 도입이 예정된 물량(6860만명분)을 상반기에 조기 도입하는 방안에 더 초점을 둔 듯한 발언도 흘러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우선순위로는 상반기에 조기 도입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그 외에도 (미국의) 3차 부스터 샷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추가적인 부분도 함께 검토 논의하고 있다”며 “장관을 비롯한 다수 관계자가 다각적으로 백신 제조사와 릴레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된 ‘한-미 백신 스와프’ 구상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미 정부가 한국에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긴급 지원해주면 나중에 이를 갚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미국도 금년 여름까지는 소위 집단면역에 꼭 성공해야 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해서 그걸 위해서는 자기들도 사실은 백신이 그렇게 충족한 분량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다”며 “그 이후(집단면역 형성 이후)에는 검토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일차적인 입장 표명은 있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미 간 백신 협력은 다양한 단계에서 중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 미국 쪽하고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를 하고 있고,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 17~18일에) 왔을 때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중순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저런 백신 추가 확보 시도들이 정부 내에서 설익은 상태로 흘러나오는 흔적은 역력하다. 실제 추가 계약 임박 가능성을 거론한 정부 인사들도 ‘아직 협상 내용을 공개하기 이르다’는 점을 매번 언급한다. 손영래 반장은 “(한-미 백신) 스와프는 세부적으로 설명해 드릴 내용이 없다”, “국민에게 설명해 드릴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남기 직무대행 역시 전날 “백신 공급 회사와 계약 관계가 있지만 양해를 구해 적절한 시기에 백신 수급에 대해 국민께 투명하게 설명해 드릴 기회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두루뭉술한 설명만 내놨다.

귀해지는 화이자·모더나, 국내 공급 전망은?

최근 정부가 조기·추가 백신 도입에 매달리게 된 것은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방식으로 만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에 잇달아 ‘희귀 혈전증’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화이자나 모더나 등 엠아르엔에이(mRNA) 방식 백신을 두고 국제사회의 수급 불안은 커지고 국내에서도 선호도 쏠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올해 중 도입이 확정된 개별 계약 화이자 백신이 1300만명분, 모더나는 2천만명분이다.

당장 모더나 백신은 애초 기대와 달리 상반기 도입 물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은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백신 1천만명분을 추가 확보해 모두 2천만명분이 2분기부터 도입된다고 당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그러나 이날 홍남기 직무대행은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는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물량이) 하반기에는 들어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이자 백신은 이날까지 75만명분이 들어왔고, 이를 활용해 이날 0시 기준 59만6033명이 화이자로 1차 접종을 마쳤다. 6만586명은 화이자 2차 접종까지 끝냈다. 21·28일에는 화이자 백신 25만명분이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고, 이를 포함해 상반기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은 모두 350만명분이다.

일각에선 화이자 백신 물량 부족으로 75살 이상 350만명(접종동의자 275만여명)에 대한 접종 속도가 늦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냉동 백신을 취급하는 에방접종센터는 현재 175개에서 이달 말까지 264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5월(87만5천명분)과 6월(162만5천명분)에 예정된 화이자 물량이 신속하게 들어올지가 접종 속도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이날 “75살 이상 어르신은 일찍 맞거나 늦게 맞으시는 분이 있을 뿐 접종이 (3분기인 7월 이후로) 지연되거나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전량 어르신들의 예방접종에 사용할 것이며, 물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하얀 김지훈 김지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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