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는 무죄" 주장.. '부친 유죄 확정'에도 영향 미칠 수 있나
1심 유죄 판결, 2심선 무죄로 뒤집힌다 해도
'징역 3년 확정' 아버지 재심 가능할진 의문
"사실과 다른 억측과 추정이 경찰-검찰-1-2-3심, 또 다시 1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법적 사실'로 굳어졌다."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
이른바 ‘숙명여고 답안 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던 지난 14일, 이들 자매를 변호하는 양홍석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일하면서 쌍둥이 딸들(20)에게 중간ㆍ기말고사 답안지를 건네 시험 성적이 크게 오르도록 한 부친 현모(54)씨는 이미 지난해 3월 학교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쌍둥이 자매도 작년 8월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변호인은 아버지와 딸들 모두 무죄라고 항변하고 있는 셈이다.
쌍둥이 자매의 항소심 재판은 ‘답안지 유출’을 전제로 한 성적 조작 의혹이라는 이 사건의 사실 관계를 마지막으로 다퉈 볼 수 있는 사실심이다. 만약 항소심에서 자매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이 뒤집힐 경우, 부친에게도 기존 확정 판결을 번복하는 ‘무죄의 길’이 열리는 것일까.
네 차례 '유죄' 판결, 그 자체로 유력한 증거
법조계에선 그러나 공범 관계인 아버지가 이미 1~3심을 거치며 유죄(징역 3년)가 확정된 이상, 자매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결론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자매의 1심 재판부도 이 사건 사실관계를 원점에서부터 꼼꼼히 다투기보단, 부친의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사실들을 토대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해 이미 확정된 형사재판에서 인정했던 사실관계는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선 재판의 사실 판단과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부녀가 사실상 100% 공범 관계이고, 아버지에 대해선 상고심까지 치열하게 다퉜던 사건”이라며 “자매 측에 무죄를 입증할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은 이상, 자매에 대한 항소심 판단도 뒤집히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접물증 없어… 간접증거로 유·무죄 대결
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부친 현씨의 답안지 유출, 전달 행위 등에 명백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현씨가 출제서류에 접근할 수 있었고 △별다른 사유 없이 학교에 남는 일이 잦았으며 △자매의 성적이 매우 이례적으로 상승한 점 등의 간접 증거들이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때문에 자매에 대한 2심 재판도 여러 간접증거들을 통한 유ㆍ무죄 공방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아내려면) 결국 유죄 입증의 근거가 된 정황 증거들의 신빙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유의미한 반대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둥이 무죄' 확정되면 부친도 재심 가능?
설령 자매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해도, 부친 현씨의 재심 청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양홍석 변호사도 “딸들의 무죄가 확정될 경우, 아버지 쪽이 재심을 청구할 여지는 생긴다”면서도 “그러나 재심 사유인 ‘증거의 신규성ㆍ명백성’이 인정돼야만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친에 대한) 재심까지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자매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만으로 부친 현씨에 대한 재심 사유가 반드시 발생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무죄 확정 판결의 증거가 공범 재판에서 쓰이지 못했고, 새로 발견된 증거일 때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자매 측은 이번 항소심에서 ‘법적 사실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항소이유서에서 자매 측은 “(아버지 사건까지 포함해) 재판부 4곳의 판단을 받으면서 ‘무죄추정 원칙’과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 등과 같은 형사법 대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죄로 볼 만한) 다양한 가능성이 (오히려) 부녀의 유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만, 그 힘을 발휘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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