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백신독점 美 겨냥 "이웃에 대한 배려 있어야"
美中갈등속 中옹호성 발언 논란
미국 겨냥한 習 "이념대립 반대"
文, 백신독점 美 의식했나.."이웃에 대한 배려 있어야"
文 "코로나 지원나선 中 평가"
習 "모든사람 백신 살수 있어야"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하이난 보아오에서 개최된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처럼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교역·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당장에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용성을 강화한 다자주의 협력을 새로운 시대로 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배제를 추진하는 등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15개국이 참여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출범을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대표 성과로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코로나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아시아에서부터 코로나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아시아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달 하순 첫 대면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방미를 앞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역할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상 기조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한 작심 비판에 나섰다. 시 주석은 "코로나는 우리에게 냉전과 제로섬 방식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신냉전과 이념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어떠한 지지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인류 공동 가치관인 평화, 발전, 평등, 정의, 민주주의, 자유를 제창하고 서로 다른 문명 간의 교류를 장려해야 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보아오포럼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글로벌 대변화'를 주제로 대면·비대면회의 혼합 방식으로 열렸다. 이날 개막식에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14개국 정상들이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신냉전 구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대미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날 선 비판이 나왔다는 점에서 양국 간 세 대결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고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과 함께 아시아 역할론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의 역할과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 방안으로 △포용성이 강화된 다자주의 협력 △아시아 공동 대응 △녹색회복 공동 행동 △신기술과 혁신 거버넌스 협력 등을 제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실천해 왔다"며 "구동존이는 포용과 상생의 길이며 인류 공동의 위기인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도 중요한 가치이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구동존이는 시 주석의 외교 정책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자성어로 불린다. 문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와 같은 다양한 코로나 지원 활동을 펼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한국도 공평한 백신 공급, 원활한 인력이동, 과감한 재정 투자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가 코로나 극복의 모범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며 "한국은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필요한 백신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연구개발, 생산, 유통에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아오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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