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스왑' 野제언 일축 넉달뒤..정의용 "美와 협의중"
물량 여유있는 美서 긴급공수
위탁생산 후 되갚는 방식될듯
"존 케리 특사와도 집중 논의"
작년 야당서 먼저 제안했지만
외교부는 "안된다"며 일축
박진, 당국 '뒷북' 대처 비판
◆ 백신 도입 안간힘 ◆
백신 스왑이라는 개념은 본래 한 나라가 외환위기에 직면했을 때 다른 나라 통화를 자국 통화를 내주고 빌려오는 '통화 스왑'에서 차용한 것으로, 지난해 말 박진 의원이 처음으로 운을 띄운 뒤 국민의힘 차원에서 공식 제안됐다. 야당 측 구상은 미국 백신을 긴급 공수한 뒤 추후 현금 혹은 국내 위탁생산을 통해 생산된 백신으로 되갚는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은 이 같은 방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5장에 양국이 '양질의 특허 및 복제의약품 개발을 촉진한다'는 근거 조항에 의해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백신 스왑의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소개해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야당발로 이러한 제안이 나왔을 당시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던 정부가 최근 백신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뒤늦게 협상에 나선 데 대해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부스터 샷' 등 3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시기와 백신 스왑 협상 시점이 겹치며 한층 악화된 협상 환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 정 장관 인사청문회 때 백신 스왑과 관련해 외교부 입장을 물어봤더니 '안 된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며 "그때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섰더라면 지금보다 한층 백신을 구하기 수월했을 텐데 우리 제안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야당이 선제적으로 제안했을 때 정부가 귀담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더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접종률 35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는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한미 정상 백신 외교에 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비하고 예방 효능을 연장하기 위해 3차까지 접종을 실시하는 '백신 부스터샷'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한 판단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보건당국이 올해 늦여름이나 초가을께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미국이 검토를 이어가며 자국의 추가 접종 수요를 계산해야 한다면 한국과 백신 스왑 협정도 섣불리 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최근 백신 부족 사태로 정부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지난해 방역 상황과 관련해 정부가 안이하게 결정한 측면이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며 "외교적으로 백신을 도입함에 있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했느냐는 데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가 계획한 (백신) 도입 시기는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올 11월까지 집단면역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는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일 정상회담) 못지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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