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의욕 꺾는 특허침해 여전히 관대"

이새봄 2021. 4.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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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특허청장 인터뷰

◆ 지재권 보호 홀대 ◆

"LG와 SK 간 배터리분쟁 건은 지식재산권이 기업 성장과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용래 특허청장이 "지식재산 침해는 엄연한 절도죄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특허 침해에 대해 관행적으로 관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러다 보니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배상액이 턱없이 낮아 지식재산권을 침해해서 쓰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이처럼 지식재산권을 홀대하는 현상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모방을 통해 쉽게 사업을 하려는 과거 추격자형 성장전략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 국제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은 전체 63개국 중 38위에 그쳤다.

김 청장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기술이 유출되는 건 순식간"이라며 "공들였던 것을 누군가에게 쉽게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면 아무도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손해배상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특허침해소송 손해배상액은 평균 6000만원으로 미국(65억7000만원)의 0.9%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내 손해배상액이 미미하다 보니 한국 기업 간 특허 싸움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가져가는 '원정소송'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해외에서 승소하면 국내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국내 기업 간 소송이 빈번해지면 또 다른 기술 유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 청장은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 등 민감한 자료들을 해외 법정이나 대리인에게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며 "이때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특허청은 '한국형 증거수집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개시(Discovery)' 제도는 재판 개시 전 원고와 피고 양측이 재판에 필요한 근거를 공개하는 제도로, 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제출을 거부하는 행위가 있을 때는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김 청장은 "이 제도는 일어나지 않을 분쟁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발생할 분쟁을 조기에 정리하는 제도"라며 "기업 규모나 분야에 상관없이 특허권을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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