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나쁘기만 할까요..'은생어해 해생어은'입니다"

양정우 2021. 4.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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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전산 종법사 기자간담회.."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강조
원불교 전산 종법사 기자간담회 (익산=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원불교 최고 지도자 전산(田山) 김주원(72) 종법사가 20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4.20 eddie@yna.co.kr

(익산=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울한 마음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람을 만나 얘기하고 밥 먹고 차 마셨던 일상이 이제는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송두리째 우리 삶을 바꿔버린,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할까.

원불교 최고 지도자 전산(田山) 김주원(72) 종법사는 20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에도 봄이 왔다'는 인사에 "처음에는 코로나가 와서 안 좋은 생각도 들고, 차츰차츰 지내다 보니 좋지 않긴 한데요, 꼭 안 좋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며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라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그 의미를 말 그대로 풀자면 은혜(恩惠)는 해(害)에서 나오고, 해가 은혜에서 생긴다는 뜻이다.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생(生)은 사(死)에서 나오고, 사는 생에서 나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좋은 게 닥치면, 그 속에 반드시 나쁜 것이 있고, 또 사람들이 좋다고 받아들었지만, 그 안에는 좋지 않은 것이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태산의 가르침은 답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 이게 꼭 안 좋기만 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가 오니까 하늘이 맑아져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전에는 경제적으로만 세계가 하나인 줄 알았으나 이제는 우리만 괜찮다고 괜찮은 게 아닌, 온 세계가 하나고 가깝게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사람 얼굴 보고서 얘기하는 게 큰 행복이라는 것도 알지 않았을까요."

전산 종법사는 코로나 시대를 넘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로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는 법문을 제시했다. 가장 쉽지만, 실천은 가장 어려운 이 말속에 반복되는 사회 갈등, 가족과 쌓인 불화를 해소할 답이 있다고 했다.

자신을 원망하는 이에게 원망으로 맞서면 원망의 공방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욕을 하는 이에게 욕으로 갚아준다면 감정은 더 격렬해질 것이다.

하지만 원망하는 이에게 맞서지 않는다면, 원망은 되풀이되지 않으며, 원망의 바탕에 대체 어떤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감사의 싹을 틔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과 같은 말이지요. 기독교 최고의 가르침이 아닙니까. 일상생활에서 원망을 감사로 돌리는 것, 이렇게 한다면 세상은 금방 평화로워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원불교 전산 종법사 '활짝' (익산=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원불교 최고 지도자 전산(田山) 김주원(72) 종법사가 20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4.20 eddie@yna.co.kr

2018년 11월 종법사가 된 그는 지난 2년 넘는 시간 동안 원불교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교단 안팎에서 남녀평등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녀(貞女) 지원서를 개교 104년만인 2019년 공식 폐지했다.

과거 원불교는 여성 교역자가 되기 위해서는 원광대 원불교학과에 입학할 때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서약인 정녀 지원서를 내도록 했다. 이를 두고 남녀 차별, 불평등 논란이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전산 종법사는 "지금 (개혁이라고) 한 것은 이미 대종사 당대에 다 말씀하신 것"이라며 "처음에는 정녀 규칙도 좋은 생각으로 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왜 남녀차별하냐고 했던 것이고, 지금은 세상이 변하고 여권이 많이 신장했으니 그렇게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산 종법사 취임 이후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 등 미주를 대표하는 초대 종법사가 미국 현지에 파견된 것도 큰 변화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원불교는 올해 1월 죽산 황도국 종사를 미국 종법사로 임명했다. 이로써 국내는 전산 종법사가, 미국은 죽산 종법사가 총괄하는 이원 체제가 구축됐다. 원불교는 이번 미국 종법사 임명을 계기로 해외 포교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산 종법사에게 앞으로 남은 과제를 물어보자 '상시훈련'의 정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녀지원서 폐지, 미국 종법사 파견 등 제도적인 부분은 안착했으니 이제 달라진 일상에 필요한 수행을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코로나 시대의 상시훈련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우리도 모여서 하면 좋겠으나 모이지 않더라도 (소태산) 대종사의 법(法)을 상시 훈련해요. '줌(Zoom)'을 켜놓고서 소수의 인원이 아침에는 선(禪)을 하고, 밤에는 염불하면 되지요. 코로나 덕분에 좋은 게 나왔다고 봅니다. 상시훈련 체제, 이것이 현장에 정착된다면 우리 원불교 일은 다 끝났다고 봅니다. 꼭 빨리 될 것도 없어요. 세상이 한없이 돌아가는데요. 그저 대종사께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되지요."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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