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여성징병제 또 점화 ..남자만 군에 가는 것 '위헌 아니다' 헌재 판결

정충신 기자 2021. 4.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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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첫 공정통제사 이윤지 하사가 포즈를 취한 모습. 공군 공정통제사는 특전사 중의 특전사로 불린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제공
차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군복을 입고 사열한 여군들이 마이크를 차고 총을 멘 채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여자도 군대 가라 ’ 靑 국민청원 하루 만에 6만 명 돌파…2017년 10만 명 돌파

박용진 의원, 남녀평등복무제 등 해묵은 논쟁…정략적 접근 비판 제기

헌재 ‘징병 대상 남성 한정 위헌 아니다’ 판결…성대결적 접근법 우려도

친여 류근시인 “남자 군대갈 때, 여자는 사회봉사해야” SNS 촉발

여성을 군대에 입대시키거나 군사 훈련을 받게 하자는 ‘여성징병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병역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여성 징병을 찬성하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모병제와 함께 여성징병제 도입은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안보 이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시작 하루 만에 에 6만 명을 돌파했다. 2017년 9월 5일 기준 ‘여자도 군대 가라’ 청원운동은 10만 명 돌파 기록을 세울 정도로 해묵은 논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이남자(20대 남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략적 시각에서 제기된 선심성 ‘남성 표심잡기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군사 훈련을 받는 ‘남녀평등 복무제’ 도입을 19일 제안했다. 앞서 지난 4·7 재·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20대 청년층을 비하해 논란이 된 친여(親與) 성향 시인 류근 씨는 지난 9일 “여성들도 이제 공동체를 위해 의무를 좀 이행해야 한다. 남자들 군대 갈 때, 여자들은 사회봉사하라”고 해 네티즌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모병제와 여성 군복무 문제를 군사안보적 고려 없이 젠더 갈등 측면에서 소비해 성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징병제 주장과 관련, 우리나라에서 징병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여성징병제 여성 절반 이상 찬성… 靑 국민청원 하루 만에 6만 명 돌파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성 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여성 53.7%는 자신들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으며, 20∼30대 여성도 54∼55% 정도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여성운동가 출신인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남성 중심 징병제를 남녀 참여 모병제 전환을 통한 여군 확충을 주장했다. 권 의원은 19일 “남성 중심의 징병제가 여성의 전 삶에 걸쳐, 특히 일자리나 직장 문화와 관련한 성차별의 큰 근원”이라며 “모병제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도입을 서두르고 싶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친화적인 조직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확대되는 데 굉장히 좋은 요소”라며 “이번 대선 국면에서 모병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하며, 여성들의 의지, 모병제 준비 상태, 국제 정세 등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여군 현황 및 활용 계획에 따르면 2020년 여군은 1만1570명이다. 여성징병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가 마련된 2017년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청원이다.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11개의 관련 청원이 등장했다. 올해도 4월 19일까지 3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 남자만 군에 가는 것’ 위헌 아니다

여성 징병을 주장하는 논거는 3가지다. ▲헌법 제39조에서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병역 부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 ▲여성도 신체적으로 남성 못지않으며, 꼭 전투 임무가 아니더라도 전투지원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여성은 부사관, 장교부터 지원 가능한데 이것도 불평등하므로 남자처럼 병부터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신숙 국방부 부이사관의 저서 ‘한국의 병역제도’(메디치)에 따르면, 헌법상 모든 국민에게 부과한 국방의 의무와 병역법상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한 것은 모순인지에 대한 3차례의 위헌심판 제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 헌재는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여성이 전시에 포로가 되는 경우 남자에 비해 성적 학대를 비롯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서 군사적인 투입에 부담이 크다는 점 ▲여성징병제 도입 시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 ▲징병제를 채택하는 다른 국가들의 일반적 상황 ▲도입 시 남녀 간 성적 긴장 관계에서 발생하는 군 기강 해이 문제 등으로 ‘남성만이 병역의무를 지는 것이 위헌이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김 부이사관은 저서에서 “징병제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현역 복무 부담은 개인에게 가하는 가장 강력한 신체적 부담이자, 그 기간이 2∼3년에 이르기에 막대한 손실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며, 현역 복무가 끝난 다음 일정 기간 예비군 동원훈련 의무가 있고, 공식적으로 40세까지 병역의무가 유지된다”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병역의 부담을 지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국가는 북한,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볼리비아, 차드, 모잠비크, 에리트레아 등 8개국이다.

북한 여군은 7년간 복무한다. 부대에 따라 여군은 10∼3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체로 수송·행정 부서에 배치되거나 위생병·통신병·초병으로 근무하고, 해안포·고사총·소형고사포대에도 배치된다. 이스라엘은 여성 24개월, 남성 30개월을 각각 복무한다. 단, 여성은 결혼과 임신, 종교 등으로 면제가 가능하므로 실제 전체 여성의 40∼50%만 군대에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여군의 4% 정도는 보병과 포병, 기갑 등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나머지는 주로 행정과 통신, 항공 통제 분야 등에 근무한다.

◆남녀평등복무제 등 ‘여성징병제’ 여권에서 제기…남성 표심잡기 포퓰리즘 주장

박용진 의원은 19일 출간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온 국민이 남녀 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병역 대상에 여성을 포함하되 의무 복무 기간을 줄이자는 제안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병역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불필요한 남녀 차별 논란을 종식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는 자신의 제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남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 논란이 무서워서 필요한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병제를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청년들이 소중한 청년기에 군대를 강제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오히려 군에 오고 싶은 사람이 오되, 100대 그룹 초봉 정도 수준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하면 엘리트 정예 강군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징병제 폐지를 주장하며 “언제까지 우리 청년들을 그야말로 헐값에 징병할 것이냐”면서 “청년들이 소중한 청년기를 강제로 군대에 징병돼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국방부도 한때 여성지원병제 대안으로 검토… “여성 병사 복무 여러 제약”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자는 주장은 이번뿐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여성과 수형자, 고아 등도 ‘사회복무’ 형식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와 병무청이 보고한 ‘병역제도개선’ 추진 계획이 의결된 바 있다. 여성도 희망자에게만 사회복무 형식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었다. 당시 정부는 2008년 말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이르면 2009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2009년에는 국방부에서 ‘여성지원병(兵)’ 제도 도입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국방부는 병역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여성지원병제 도입 방안을 검토했고, 2011년까지 검토 작업을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군필자 가산점 제도 추진 논란에 이어 여성 복무 방안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검토 작업을 중단했다. 국방부는 “2020년 이후 병역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 대안 중의 하나로 검토하는 단계로, 구체적으로 어떤 안이 도출된 상태는 아니다”며 “여성이 병사로 복무하는 것에 여러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최근 여성 징병 문제가 거론되자 군 당국은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면 병역의무 대상과 복무기간, 민방위 편입 등 병역법과 민방위기본법에서 많은 개정 소요가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역법과 민방위기본법은 의무 대상을 남성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여성징병제 문제는 소요 병력 충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에 대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류근 시인 “남자들 군대 갈 때, 여자들은 사회봉사하라” SNS 글 촉발

지난 4·7 재·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20대 청년층을 비하해 논란이 된 친여(親與) 성향 시인 류근 씨는 지난 9일 “여성들도 이제 공동체를 위해 의무를 좀 이행해야 한다”며 여성징병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류 씨는 페이스북에 “20대 남자애들이 왜 그러냐고? 20대 남성과 여성들의 병역(군대) 불공정 문제를 이야기하면 입부터 막고 보는 이 수상하고도 괴상한 사회 분위기부터 걷어내고 이야기하자”며 이같이 밝혔다.

류 시인은 “어쩌다가 우리나라는 이 논제(여성의 병역 문제)가 건드리면 죽는 부비트랩이 되어버렸나”라며 “다 가부장적 편견의 잔재 아닌가. 우리나라는 엄연히 여성에게도 자랑스러운 국방의 의무가 부여돼 있다. 다만 늘 유예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 젊은 나이에 자유를 속박당한 채, 대부분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삽질로 세월 보내다 돌아오면, 멀쩡히 그 자리에서 준비 열심히 한 여성과 경쟁해야 한다”며 “기회의 공정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류 시인은 “병역의무라고 해서 군대를 굳이 갈 필요 뭐가 있느냐, 그 세월 동안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대체 복무’하는 것이 맞는다”며 “남자는 군대 가고, 여자는 대체 복무로 형평성을 좀 맞추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들, 장애인, 노숙자, 아이들을 돌보고… 여성들이 군인 임금 수준으로 평균 18개월 정도 (이런) 사회봉사를 하면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겠나”라고 주장했다. 류 시인 발언이 확산되자 네티즌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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