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종법사 "아이가 아프면 크듯.. 코로나 끝나고 좋은 일 옵니다"

김민호 2021. 4. 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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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낮을 낳고 낮이 밤을 낳듯이, 생(生)은 사(死)에서, 사는 생에서 와요. 우리의 삶도 그 원리를 벗어나지 않거든요. 좋은 일은 반드시 좋은 일로 끝나지 않아요. 그 일에는 반드시 나쁜 요인이 숨어있습니다. 근데 덥석 받아먹어버리거든. 그때 안 좋은 것이 오는 겁니다. 일부는 세상을 위해서 써야 하는 거예요.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라는 말씀처럼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인류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어떤 면이 있을 겁니다.”

전염병의 유행으로 잔뜩 움츠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한 마디를 청하자 원불교의 지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언젠가 찾아올 악재를 대비해 오늘의 경사를 타인과 나눠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견뎌내려면 혼자만으로는 안 된다. 자신만 잘살자고 발버둥쳐봐야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사회가, 세계가 함께 움직이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원불교의 전산 김주원 종법사가 20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 회의실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극복하려면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불교를 이끄는 전산 김주원 종법사는 20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대각개교절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빚어진 갈등을 극복하려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저 사람은 왜 이러지?’라는 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린다면 다툼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밥을 먹다가 낟알 하나가 목에 걸렸다고 칩시다. (남을 미워한다는 것은) 그것 때문에 밥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버려버리는 것과 똑같다 이겁니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만들어해요.”

전산 종법사는 “남이 내게 잘못했을 때 현실적으로 보면 나는 잘못이 없는 것 같지. 그런데 불교적 진리로 보면 그것은 다 과거의 인연으로 인해서 이렇게 나에게 와준 것입니다. 은혜가 나에게 오는 경로를 알면 남을 원망할 일이 없어요. 반대로 이 두 가지가 아니고서는 원망을 해소할 방법이 없지요.”

원불교는 이러한 가르침을 세계에 전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종법사를 임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종법사는 교단 헌법에 따라 운영하되 규칙은 스스로 만들 권리를 갖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선교에 나서기 위한 발판이다. 이전까지는 신년 법문만 예로 들어도 해외 교당들의 사정과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에서 만든 법문을 24개국 교당에 똑같이 전달하니 생기는 한계였다. 전산 종법사는 “올해 미국에서 만든 신년 법문을 보니 현지에 맞게 잘 썼다”면서 “중앙총부 명칭에 ‘중앙’이 들어간 것 역시 세계로 퍼지는 원불교의 중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방역수칙 때문에 교도들이 한데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원불교는 스스로의 수행을 바탕으로 한 종교여서 교리상 큰 문제가 없다고 전산 종법사는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변화할 부분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대종사께서 상시훈련이라고 교단의 축을 잡으셨어요. 각자 일주일 동안 수양하고 하루만 교당에 와서 교목과 맞춰보면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 교단 현장이 그렇게 돌아가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종교의 방식에 기웃거리기도 했지요. 이제 상시훈련을 현장에 정착되게 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신종 코로나는 결코 사회를 거꾸러뜨리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려야 한다. 전산 종법사는 마지막까지 거듭 강조했다. “1979년 12·12사태 당시에 세상이 너무나 불안하니까 누가 당시 종법사인 대산 종사께 어떻게 할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대종사께서 ‘너 애 키워 봤냐?’라며 ‘애기는 아프면 큰다’고 말하셨어요. 물론 가끔 잘못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프면서 큰다는 거죠. 결국은 뭔 일이 생기든지 좋아진다는 겁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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