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맥주가 뭔가요? 인천의 명동 신포동에 부는 새바람

권오균 2021. 4.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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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혹넘겨 고향 돌아온 중학동창 의기투합
신포동에 인천 내세운 '인천맥주' 출시
지역민과 상생하는 개항장 프로젝트 참여
일반인 모델 포스터, 복고풍 디자인 화제
코로나로 영업 못하는데 포장 손님 찾아와

“전철 타고 대학 가자.”

인천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천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인 서울’을 목표로 가르쳤으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소설 속 삼미슈퍼스타즈가 떠나갔듯이 이후로도 5개 프로야구단이 인천을 등졌으나, 전철 타고 대학 갔던 인천의 청년이 불혹을 넘기고 돌아왔다. 지금은 구도심으로 인적이 드물지만, 한때는 ‘인천의 명동’으로 불린 신포동에 인천을 앞세운 브랜드를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맥주는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지만, 어떻게 알고 포장 주문 손님들이 찾아온다.

박지훈 대표(45)는 홍대 등지에서 음악 작곡 활동을 하다가 수제 맥주의 세계에 빠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이미 설립하여 운영한 바 있다. 인천의 중학교 동창과 ‘인천맥주’라는 펍을 세웠다. 인천맥주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과는 다른 브랜드다. 고향 인천에 대한 자부심과 인천의 개성을 가득 담은 맥주, 그리고 일반인을 내세운 파격적인 포스터, 지역 상권과 공존하려는 시도 등이 화제를 낳고 있다. 박지원 영업지원팀장(45)에게 무슨 사연인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전신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시절부터 인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인천이란 지명을 전면에 내세워 인천맥주라는 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있나요?

A. 정확하게 말해서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보편적 PUB 으로서 F&B 쪽으로 더 집중하고, 인천맥주는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으로서, 지역과 맥주에 집중하기 위해서 설립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담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명확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인천맥주’라 칭하게 되었습니다.

인천맥주는 복고풍 맥주병에 글씨와 그림으로 개성을 더했다.
Q. 맥주 이름에도 인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개항로 라거, 신포우리맥주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인천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에만 붙이는 게 아니고 지역의 모습을 녹여내도록 더욱더 노력 중입니다.

Q. 맥주를 만드는 사람부터 고향이 인천이네요. 친구들이나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A. 전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바라봐 주고 있습니다. 인천사람의 자랑이 되어달라는 응원도 많이 받습니다.

인천맥주 포스터 주인공으로 화제가 된 인물은 인천에서 오래 살아온 지역의 예술가 최명선 어르신이다.
Q. 포스터도 눈을 확 끕니다. 일반인을 모델로 내세운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지역 맥주는 지역주민,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주류의 모델은 당대 가장 유명한 분들, 잘생기고 예쁜 분들이 하지만, 인천맥주에서 만드는 ‘개항로 라거’는 이 지역의 모습과 사람들을 포스터에 담고 싶었고, 아직까지도 이곳에서 훌륭히 활동을 이어가시는 어르신과 함께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개항로 라거’ 의 글씨체는 54년간 이곳에서 목간판을 만들고 있는 전원공예사 어르신의 글씨체를 가지고 왔고, 포스터의 모델은 이 일대 극장들의 간판을 그리셨던 어르신께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 거절하실까 봐 걱정은 했지만,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재미있게 작업을 진행했고 지금은 동네 유명인사가 되셨습니다.

Q. 포스터 한쪽에 적힌 모델 정보를 보면 (구)인형극장 미술부장 외 다수 극장 작업을 한 동화마을 미술가라고 적혀있습니다.

A. 어르신을 소개하자면 개항로 주변의 극장이 19개 있던 시절에 영화 간판 그림을 그리셨던 ‘최명선’ 어르신입니다. 현재는 개항로에서 페인트 업장도 운영하시면서 동화마을의 미술가로 활동 중이십니다. 노포 미술가 어르신을 통해 투박하지만 강렬한 인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동네 분들이나 다른 지역 분들도 좋아해 주시고 계십니다.

Q. 맥주병 색깔이나 글씨 모양 같은 것들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합니다. 인천의 구도심 중심에 자리한 인천 맥주와 맥이 닿는 듯합니다. 새로움보다는 예스러움을 담으려는 노력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구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이곳 신포동의 이미지를 이해하려면 영화 ‘모던보이’의 배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구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와 신구의 오묘한 조화가 이색적이었던 곳이고, 아직도 그런 이미지가 곳곳이 살아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 발전시킨 것입니다.

Q. 지금 인천맥주 자리에 ‘팽고팽고’라는 디스코 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90년대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나요.

A. 90년대의 이곳 신포동, 개항로는 인천의 명동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하고 생기가 넘치는 요즘 말로 ‘핫 플레이스’였습니다. 작은 클럽도 많이 있었고 나이트클럽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옷가게, 미용실, 커피숍 ,펍 등 모든 소비의 중심이었던 곳이었습니다. 그 중 인천맥주가 자리한 창고는 초창기 성수동 대림창고 같은 공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천의 구도심 신포동 일대에는 '개항로'라는 상호를 단 가게가 여럿이다.
Q. 인천맥주는 지역민의 인정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개항로 프로젝트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개항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개항로 프로젝트는 인천 중구 개항로상인 연합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곳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 쇠락한 구도심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함께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Q. 지역에서, 나아가 전국적으로 인천맥주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인천사람들이 애정하는 ‘인천맥주’가 되는 것입니다.

Q. 코로나 때문에 영업에도 제한이 있고, 어려움이 클 것 같습니다. 지금도 포장판매만 하고 있나요.

A. 그렇습니다. 곧 펍을 다른 형태로 다시 오픈할 계획입니다. 장비 증설로 인해 주방을 철거하면 아마도 가맥집 형태가 될 듯합니다.

양조장 전경. <제공 = 인천맥주>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대부분의 작은 지역 맥주 브랜드들은 대형 유통업체나 마트, 편의점에서 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없다고 품질이 나쁜 건 아닙니다. 주위에 있는 우리 동네 작은 맥주도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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