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좌타자 안타의 급감, 뚜렷한 시프트의 흔적

이성훈 기자 2021. 4. 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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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왼손잡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오른손잡이가 좌타석에서 치는 걸 배우는 건 비교적 쉽지만, 왼손으로 던지는 걸 배우기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타고난 오른손잡이지만 세계 최고의 좌투수가 된 류현진이 위대한 또 다른 이유다). 우투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우투수 천적인 좌타자는 우타자보다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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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왼손잡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우선 오른손잡이 투수의 공을 우타자보다 잘 친다. 자연계에는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9배쯤 많기 때문에, 우투수도 좌투수보다 훨씬 많다. 오른손잡이가 좌타석에서 치는 걸 배우는 건 비교적 쉽지만, 왼손으로 던지는 걸 배우기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타고난 오른손잡이지만 세계 최고의 좌투수가 된 류현진이 위대한 또 다른 이유다). 우투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우투수 천적인 좌타자는 우타자보다 유리하다.
 
좌타자가 유리한 또 다른 이유는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다. 우타자보다 두 발쯤 가깝다. 그래서 내야안타를 만들기에 유리하고, 같은 타구라도 더 많은 베이스를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좌타자들의 인플레이 타구는 안타가 될 확률이 우타자보다 높다. KBO리그에서도 좌타자들의 BABIP(Batting Average on Ball In Play.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 혹은 ‘인플레이 타율’)은 거의 언제나 우타자보다 높았다. '2차 타고투저'가 기승을 부린 2014~2018년에는 좌타자의 BABIP이 2푼 가까이 높았다.

그런데 올해, 좌타자와 우타자의 BABIP이 같아졌다.

 
리그 개막 18일째인 오늘(20일), 좌타자와 우타자의 BABIP은 정확히 0.302로 같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타자의 BABIP은 작년(0.304)과 큰 변화가 없다는 것. 좌타자의 BABIP만 지난해 0.322에서 무려 2푼이 급락했다.
 
이유를 찾는 데 참고할 사례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연히 좌타자의 BABIP은 꾸준하게 우타자보다 높았다. 그런데 2012년부터 그 차이가 없어졌다. 몇 년간 좌우타자의 BABIP이 엎치락뒤치락하더니, 작년부터는 거꾸로 우타자가 꽤 큰 차이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좌타자들의 BABIP은 0.275. 우타자들의 0.295보다 무려 2푼이 낮다. 10년 전 대비 우타자의 BABIP(0.291->0.295)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좌타자는 큰 폭으로 감소한 결과다(0.297->0.275).


왜 한국과 미국 모두 좌타자만 BABIP이 급감한 걸까?

두 구단의 전력 분석 전문가들께 의견을 여쭤보았다. 답은 똑같았다.
'과감한 시프트의 증가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파격적 시프트는 우타자에게는 별 효과가 없고 자주 쓰지도 않는다. 3-유 간 깊은 곳, 혹은 좌익수 앞에 수비수를 배치해 본들 땅볼을 잡아 1루에 아웃시키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좌타자들은 시프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1-2루 간을 빠질, 혹은 우익수 앞에 떨어질 안타가 아웃으로 둔갑한다. 지난해 시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NC와 KT가 정규시즌 1-2위를 차지하고, 올해는 한화의 '수베로 시프트'가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대부분의 팀들이 시프트 횟수를 늘렸다. 그 결과가 좌타자의 BABIP 급감인 듯하다.
 
이건 대단히 의미 있는 변화다. KBO리그 40년 역사를 관통하는 현상은 '좌타자 증가'다. 1982년 좌타자 비율 13%로 시작해 1984년 20%, 1991년 30%, 2015년 40%, 작년에는 45%를 차례로 돌파했다. 어린 오른손잡이 유망주들이 (합리적으로) 좌타석에서 타격을 배운 결과다. 2014년~2018년 '2차 타고투저'가 21세기 초반의 '1차 타고투저'와 달랐던 핵심 양상도 좌타자들의 BABIP이었다. 1차 타고투저가 ‘홈런 폭증’에 기반했다면, 2차 타고투저의 가장 큰 이유는 좌타자들의 (인플레이) 안타 대량 생산이었다. 즉 이 시대의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좌타자들의 안타를 막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KBO리그의 많은 팀들이, 마침내 그 방법을 찾은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훈 기자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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