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종부세 함부로 차지 마라 / 이원재

한겨레 2021. 4. 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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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월에 적용되는 다주택자 보유세ㆍ양도소득세 강화를 앞두고, 종합부동산세 조정 의견이 여당 안에서도 다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원재 ㅣLAB2050 대표

10년 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얼마가 될까? 평균 40억원이 될 수 있을까? 부동산업자가 집값 띄우려 지어낸 숫자가 아니다. 유경준 국회의원의 ‘2018~2030년 서울시 구별 공동주택 보유세 변화 분석 보고서’의 내용이다. 40억원이라면 지금부터 10년 동안 평균값이(최고값이 아니라) 네 배 뛴다는 이야기다. 가능한 일일까?

유경준 의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여러 언론에 ‘향후 5년간 보유세 2배로 늘어’라고 보도된 바로 그 자료다.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매년 서울 아파트값을 추계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보유세가 2025년에는 평균 897만원, 2030년에는 4577만원까지 늘어난다고 썼다. 2020년에는 182만원이었으니, 실제로 5~20배가 된다. 엄청난 금액이다.

결론은 보유세를 깎자는 것이다. 특히 고가 부동산에 매기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주요 공격 대상이다.

요즘 종부세는 무슨 죄목같이 느껴진다. 언론도 정치인들도 다들 종부세 때문에 문제라고 아우성이다. 일부 언론과 야당 정치인이 종부세를 공격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여당 정치인들까지 종부세 완화 발언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자료가 바로 유경준 의원의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리와 근거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하나씩 따져보자.

첫째, 정말 보유세 부담이 이만큼 많이 커질까? ‘40억원’ 문제가 여기서 나온다. 2025년 서울 아파트값 평균은 20억원에 이르고, 2030년에는 40억원까지 오른다는 가정으로 세 부담을 추계하니 당연히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둘째, 정부가 세율을 바꿔서 세금이 늘어난 것일까? 세금이 늘어난 이유는 집값이 올라서다. 세율 영향은 미미하다. 이 보고서의 내용도 요약하자면 ‘집값이 폭등하면 세 부담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셋째, 서민들까지도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게 될까? 시나리오가 실현되더라도 20억원 이하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누진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결론적으로, 지금 종부세 완화 등으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면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더 몰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가격이 오르면, 세 부담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유경준 보고서에는 답도 같이 들어 있다.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너도나도 인용하는 ‘분석결과1’이 아닌, 마지막에 숨어 있는 ‘분석결과3’이다. 다른 모든 것은 동일하나,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세를 보이는 경우의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 보유세 부담은 2021년 평균 187만원에서 5년 뒤 217만원으로 완만하게 오를 뿐이다. 서울 보유세 실효세율은 0.18%에서 0.26%로 오른다. 가격만 안정되면 세 부담도 그리 늘지 않는다는 결과다. 미국 0.9%, 영국 0.77%, 일본 0.52% 등 다른 나라 보유세 실효세율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 집값만 안정되면 세금 부담도 그리 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40억원인데 세금도 안 내는 세상을 꿈꾸지는 말자. 그런 날이 올 리도 없지만, 정말 온다면 그야말로 절망적 상황일 것이다. 우리 사회 자원은 대부분 집과 땅에 쏟아 넣은 상태일 테니 혁신의 동력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다음 세대는 서울 아파트에 태어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고 말 테니, 노력도 능력도 쓸모없는 세상이 될 것만 같다. 그런 상황이라면 보유세 4천만원을 받아서라도 정상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세금을 깎아 달라고 하는 대신,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자. 다음 세대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서울 아닌 지방을 위한 국토균형발전에, 모두의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함께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

의심이 간다. 혹시 보유세 인상이 두려운 사람들은,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목소리가 큰 정치인과 언론인 본인들은 아닐까?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의 한 대목을 이렇게 바꾸어 읊조리고 싶어진다. ‘종부세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집 없는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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