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내몰린 위기의 커피산업 구할 커피종 찾았다

곽노필 2021. 4. 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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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강하고 풍미도 좋은 커피종을 찾아냈다.

기후변화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는 커피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라비카가 풍미가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가격이 더 높고, 로부스타는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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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서 발견한 스테노필라커피
아라비카 커피보다 고온에 잘 자라고 풍미도 좋아



60여년만에 시에라리온에서 자생 군락지가 발견된 스테노필라커피나무의 열매. 검은색이 특징이다. E. Couturon, IRD/뉴사이언티스트

식물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강하고 풍미도 좋은 커피종을 찾아냈다. 기후변화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는 커피 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울창한 열대우림에서 발견한 이 커피나무의 이름은 스테노필라 커피(Coffea stenophylla)로, 붉은 열매가 아닌 검은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과 프랑스, 시에라리온 공동연구진은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Nature Plant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스테노필라 커피나무가 기존 커피나무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며, 맛은 아라비카커피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왕립식물원의 아론 데이비스(Aaron Davis) 박사에 따르면 스테노필라는 전혀 새로운 종은 아니고 수십년만에 다시 발견된 것이다. 다른 품종보다 늦은 19세기에 처음 발견돼 높은 가격에 거래됐으나 열매를 맺는 기간이 아라비카의 약 2배나 돼 농부들이 재배를 꺼리면서 시장에서 점차 잊혀졌다.

특히 시에라리온, 기니, 코트디부아르 3대 자생지 중 규모가 가장 큰 시에라리온에서는 1954년 이후 야생종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8년 12월 야생 군락지를 찾아나선 데이비스 박사가 시에라리온 중부지역에서 60여년만에 한 그루의 커피 나무를 발견했다. 이어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140km 떨어져 있는 곳에서 야생 스테노필라 군락을 찾아냈다.

스테노필라는 서아프리카, 아라비카는 동아프리카가 주된 서식지다. 네이처 플랜트

재배지 온도, 아라비카보다는 6.8도 높아

현재 전 세계에는 124종의 커피가 있지만 재배되는 종은 대부분 아라비카, 로부스타 두 종이다. 아라비카가 56%, 로부스타가 43%를 차지한다. 아라비카가 풍미가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가격이 더 높고, 로부스타는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인다.

커피나무는 서늘한 열대 고지대에서 잘 자란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커피 재배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아라비카종의 경우 연간 강우량 1200~1800mm, 온도 15~25도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해줘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가 재배지의 기후를 이 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야생 커피나무 5종 중 3종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확한 스테노필라 커피콩. 아론 데이비스 제공

특히 주된 재배 품종인 아라비카가 기후 변화와 질병에 취약하다. 생산량이 21세기 중반까지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는 기후 변화와 질병에 좀 더 잘 견뎌내지만 풍미가 떨어지는 점이 흠이다.

스테노필라가 자라는 지역의 기온은 연평균 24.9도다. 로부스타 커피보다 1.9도, 아라비카보다는 6.8도나 높다. 데이비스 박사는 “스테노필라는 풍미와 내열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후에 강한 새로운 커피 작물을 재배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라며 "커피잎녹병에도 강하고 가뭄에도 잘 견딘다는 과거 보고서가 맞다면 앞으로 커피나무 육종에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피잎녹병은 중남미의 커피 작물을 황폐화시킨 곰팡이균 질병이다.

프랑스에서의 스테노필라 커피 시음회 모습. 프랑스국제개발농업연구센터(CIRAD)

전문가들, 스페셜티 등급 점수 부여..."고품질 아라비카 비슷"

이번 연구에는 커피 시음 전문가가 참여한 맛 평가도 포함됐다.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런던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전문가들은 스페셜티커피협회 기준에 따라 스테노필라 커피에 80.25점(100점 만점)을 줬다. 이는 커피 최고 등급인 `스페셜티 커피' 조건 ‘80점’을 충족하는 점수다. 현재 협회로부터 스페셜티 등급을 받은 커피 종은 아라비카가 유일하다.

이어 프랑스에서 15명의 전문가들이 시행한 평가회에서는 자연스러운 단맛, 중상급의 산도, 과일맛, 좋은 바디감을 가진 복합적인 풍미를 갖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고품질 아라비카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의 81%가 스테노필라 커피를 아라비카 커피로 생각했다. 이 평가에는 2020년 10월 코트디부아르 숲에서 가져온 커피콩을 사용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고품질 아라비카처럼 좋은 품질을 발견하는 것는 드문일인데 맛을 보고 정말 놀랐다"며 "높은 가격대에서 상품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라비카 등 다른 품종과의 교배를 통해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기후 적응력은 더 강해진 개량종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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