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동굴'에 안주하는 여당

조성진 기자 2021. 4. 20. 11: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친문(친문재인) 체제 강화를 해법으로 선택했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는 친문 핵심이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34%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9%에 그쳤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우상론'에서 말한 동굴에 틀어박혀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2016년의 친박과 현재의 친문은 그리 다르지 않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성진 정치부 차장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친문(친문재인) 체제 강화를 해법으로 선택했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는 친문 핵심이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원내 지도부에는 한병도·김성환 의원 등 친문계가 포진했다. 다음 달 2일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친문으로 쏠린 당내 권력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영길·우원식 의원이 비주류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영표 의원과 비교한 상대적 평가다.

재·보선 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비주류가 대다수 탈당하면서 민주당은 친문과 이에 협력하는 범친문의 정당으로 재편됐다. 여기에 ‘문재인 수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대거 권리당원으로 입당했다. 이른바 ‘원 팀’이 계속 강조됐고 이 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는 상당히 훼손됐다. 민주당은 인정하지 않지만,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치명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된 지 오래다. ‘양념’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열성 지지자의 ‘문자 폭탄’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반성과 쇄신을 주장했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문자 폭탄 공세에 시달리고 이에 사실상 굴복하는 순간 민주당의 대응 방향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친문 중심의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국민의힘과의 비교 우위에서 여전히 앞서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보선 패배 후에도 민주당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못한 결과이기에 부동산 문제 등을 해결하면 떠난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저에는 유권자들이 ‘독재’ ‘국정농단’ 세력의 후예를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오랜 기간 당직 생활을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는 ‘약(弱) 지지층’이 투표장을 나오지 않았지만, 대통령선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유지되고 있어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몇몇 지표는 확실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13∼15일 진행한 한국갤럽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에 호감을 느끼는 응답자는 30%로,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2018년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34%)에 뒤졌다. 유권자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별 차이가 없는 정당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규정하는 응답자도 크게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34%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9%에 그쳤다.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은 민심의 경고를 거스르며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정현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세웠고, 결과는 처참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우상론’에서 말한 동굴에 틀어박혀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2016년의 친박과 현재의 친문은 그리 다르지 않다. 위기가 오자 동굴 내부로 더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벽에 비친 황홀한 그림자에 취해 있는 민주당에 유권자의 목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 듯하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