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항라 조각보의 영감을 펼치다

기자 2021. 4. 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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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섬세한 미감적 표현 중에 항라(亢羅)라는 게 종종 등장한다.

'치자 물 오련한 항라'(최명희 '혼불'), '미색 항라 겹저고리'(최문희 '난설헌'). 그리고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가사에도 나온다.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은은하고 곱게 물들인 저고리가 세찬 비를 맞는다니 무슨 곡절일까.

'물들인 항라'는 원단의 물성 자체가 아련한 투과성으로 신비감과 우아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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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상균, 오색항라의 구성보, 80×40㎝, 2002

문인들의 섬세한 미감적 표현 중에 항라(亢羅)라는 게 종종 등장한다. ‘치자 물 오련한 항라’(최명희 ‘혼불’), ‘미색 항라 겹저고리’(최문희 ‘난설헌’). 그리고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가사에도 나온다.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은은하고 곱게 물들인 저고리가 세찬 비를 맞는다니 무슨 곡절일까.

1세대 한국 디자인 선구자 봉상균도 ‘항라’의 심미성을 구성적으로 표현한 작업이 많다. ‘물들인 항라’는 원단의 물성 자체가 아련한 투과성으로 신비감과 우아함을 자랑한다. 이런 물성이 우리 정서와도 참 밀접하다. 대형 벽화를 위한 원화로서 강렬하고 역동적인 오방색의 구성과 흰 여백의 대비와 조화가 눈부시다. 우리의 전통 조각보는 현대 추상미술을 능가하는 조형성을 자랑한다. 오묘한 색감의 항라와 조각보의 조합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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