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동의할 수 없던 조각가의 평면작업

2021. 4. 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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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작가가 비누를 버렸다.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라는 제목아래 열리는 전시는 지금까지 작가가 시도해온 작업과 전혀 다른 작업들이 펼쳐진다.

신작가는 고대유물이나 문화재, 조각상 등을 비누로 똑같이 만들고, 이것이 외부에 노출돼 자연스럽게 녹아 사라지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전 비누조각이 야외에서 작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녹아내렸듯, 이번 제스모나이트 작업도 우연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작업에 그대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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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콜렉티브, 신미경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20년 넘게 쓴 비누 버리고 새로운 실험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평면조각 선보여
신미경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전시전경 [사진제공=씨알콜렉티브]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비누작가가 비누를 버렸다. 26년 넘게 비누를 썼지만,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서울에서 비누 아닌 작업으로 개인전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누 가 아닌 재료로 작업하려고 오랜기간 준비했고, 조각적 접근도 버리고 그림처럼 보이는 조각을 시도했습니다"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현대미술작가 신미경의 개인전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린다.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라는 제목아래 열리는 전시는 지금까지 작가가 시도해온 작업과 전혀 다른 작업들이 펼쳐진다. 신작가는 고대유물이나 문화재, 조각상 등을 비누로 똑같이 만들고, 이것이 외부에 노출돼 자연스럽게 녹아 사라지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망가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관리하는 대상들을 자연스럽게 '망가지도록'유도하는 그의 작업은 영국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미술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등 유럽 미술관에서 수차례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평면작업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는 평면조각으로 발현했다. "평면을 하고 싶었는데, 평면의 바탕이 되는 캔버스에 동의할 수 없었다. 조각가는 사용하는 재료 하나도 의미가 있어야하는데… " 제스모나이트가 선택된 이유다. 레진과 비슷하지만 독성이 없고 다루기가 편하며 가벼운 소재다.

신미경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전시전경 [사진제공=씨알콜렉티브]

먼저 거푸집이 될 폐 고무판이나 스티로폼, 유리판 위에 물감을 뿌리고 제스모나이트에 돌 가루, 철 가루, 금박, 은박을 섞어 여러차례 층을 쌓듯이 채워나갔다. 재료가 굳은 뒤 고무판이나 스티로폼, 유리판을 제거하면 울퉁불퉁환 표면이 드러난다. 작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하게 나타나는 결과는 고무판의 굴곡을 박제하고 착색된 얼룩마저 복제한다. 이전 비누조각이 야외에서 작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녹아내렸듯, 이번 제스모나이트 작업도 우연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작업에 그대로 활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작업의 최대 조력자는 코로나19였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런던은 그때부터 긴 기간 록다운에 들어갔다" 작업실과 집 밖에 갈 곳이 없었다. 떨어져 나온 표면을 그라인더로 갈고, 노동이 수반된 수고로운 과정을 반복하며 재료의 성질을 완전하게 파악할때까지 작가는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붙였다. 이같은 압축적 침묵의 시간 끝에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회화의 방식을 활용한 평면조각이 탄생했다.

전시를 기획한 씨알콜렉티브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매체의 다변화 탐구, 새로운 시각언어로 진화 그리고 '추상성'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회화화 조각, 건축의 경계를 실험하는 플랫폼이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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