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법상 막을 수 있나?

김혜영 기자 2021. 4. 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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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값싼 결정'에 국제법상 대응 검토 지시한 문 대통령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2년 뒤부터 바다에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해양에 방출할 때의 농도 한도를 1리터당 6만 베크렐(㏃)로 정하고 있는데, 그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간의 실적에 비춰볼 때 해양 방출을 하면 안정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원전 부지에 물탱크가 늘어선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향후 폐로 작업에 큰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약 1천 개 탱크에 오염수를 저장해왔는데, 내년 가을쯤엔 탱크 용량이 부족해 더 이상 보관이 어렵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러면서 '알프스'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 등은 희석한 뒤 버릴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희석해도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바뀌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이 '알프스' 장비로 이미 정화를 했는데도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반도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삼중수소를 장기간 대규모로 방류하는 것도 피해 여부가 정확히 검증된 바 없어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본 정부가 육상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며 유해성 물질들의 반감기를 넘겨 배출하는 등의 다른 선택지를 놔두고 비용을 아끼려 '값싼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들도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원전 부지 내 탱크에서 바다로 옮기는 구체적인 처분 방식과 방류가 시작되는 정확한 시점, 총 방류기간과 총 처분량 등 4가지 핵심 사항에 대해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구하고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실상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을 막을 수 있도록 국제법상 대응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이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법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한·일, 오염수 두고 다툰다면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통해야

유엔해양법 협약 당사국들은 유엔해양법협약 287조 1항에 따라, 다른 당사국과 분쟁을 하게 되면 ①국제사법재판소, ②국제해양법재판소, ③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④제8부속서 특별중재재판소 등 총 4곳 가운데 어디로 갈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느 곳으로 갈지 선언을 하지 않았거나, 분쟁 당사국들 간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자동으로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하게 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나라 모두 어느 곳으로 갈지 선언한 적이 없기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두고 다툰다면,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를 통해야 합니다.

분쟁 당사국은 통상 제소하는 당일 또는 조금 시간이 지난 시점에 '가처분 신청' 격의 잠정조치도 같이 신청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만약 20일인 오늘 제소한다고 가정해본다면, 본안 제소와 잠정조치 신청을 오늘(20일) 함께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는 곧바로 재판부 구성에 들어갑니다. 재판부가 구성되는 건 분쟁 당사국들 간 합의만 빨리 된다면 1~2개월이면 되지만, 시간이 걸리면 5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한국 정부가 오늘(20일) 제소했다면 대략 올해 9월, 10월쯤에야 재판부가 꾸려질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이기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한 남중국해 문제도 제소 시점은 2013년 1월 22일이었지만, 중재재판부가 구성된 것은 6월 말로, 만 5개월이 소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처분' 격의 잠정조치 요청은 '국제해양법재판소'에도 가능

이렇게 재판부 구성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 분쟁 당사국들은 유엔해양법협약 290조 1항과 5항에 따라,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잠정조치를 요청한 지 2주 뒤에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즉, 오늘(20일) 제소했다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시점은 5월 4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유엔해양법협약 관할권이 있는지 살펴본 뒤 잠정조치 여부를 결정합니다. 잠정조치가 내려지게 되면, 그 결정은 통상 한 두 달내에 나옵니다. 국제해양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요청한 시점이 5월 4일이라면, 잠정조치가 나오는 건 이르면 6월~7월쯤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잠정조치는 말 그대로 잠정조치입니다. 본안의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급한 불을 끄는' 임시 방편입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잠정조치를 받기 위해서도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험'임을 입증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현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쟁 당사국이 "반드시 두 가지를 입증해내야 한다"며 "첫째는 당사국의 이익을 보전할 긴급한 요구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심각하고 급박한 피해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이러한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험이 입증돼야만 잠정조치를 내리게 되는데, 그 수위는 전적으로 재판부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로,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사례를 들었습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서로 자국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분쟁 수역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 수역에는 가나의 국내총생산 GDP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었습니다. 이에 가나는 이 분쟁 수역에서 석유 시추활동 등을 했는데, 코트디부아르가 해양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잠정조치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각한 피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는 하지만, 급박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며 사실상 가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단순히 해양 환경에 대한 심각한 피해 가능성뿐 아니라, 그게 얼마나 급박한 위험인지를 제대로 입증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대표적인 사례는 또 있습니다. 2001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목스 플랜트(MOX :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우라늄 합성물질)' 사건입니다. 2001년 10월 25일 아일랜드는 영국 서부 해안 셀라필드에 건설된 공장에서 '목스'를 만들어내게 되면, 방사성 물질이 해양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와 함께 잠정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2주 뒤인 11월 9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다시 요청했습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그로부터 약 40여 일 만인 2001년 12월 3일에 잠정조치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국제해양법재판소가 내놓은 잠정 조치는 아일랜드 해역에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추가 정보 교환과 아일랜드해에 미칠 위험·영향의 모니터링, 해양오염 방지 조치를 위한 양국의 협력 요구였습니다. 즉, 아일랜드 측이 원했던, 공장의 가동을 막아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처럼 '정보 교류', '양국 간 협력' 등의 다소 원론적으로 보이는 잠정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기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일랜드가 제소와 동시에 잠정조치를 요구한 시점은 영국의 공장 운영에 대한 허가가 나왔던 시점이었다"며 "실제 목스가 생산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그래서 정보 교환과 협력, 그 외 여러 조치를 강구해보라는 잠정조치가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입장에선, 아직 영국의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의 잠정조치를 내놓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무조건 '빠른 대응'이 능사 아냐…'철저한 준비'가 더욱 중요

앞선 사례에서 보듯 무조건 빠르기만 한 대응이 능사는 아닙니다. '적기의 타이밍'을 노리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합니다. 김현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방류가 임박한 시점이 아닌, 지금 시점에 잠정조치를 요청한다면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목스 플랜트 사례처럼 당사자 간 협의하는 게 좋겠다는 정도의 잠정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기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타이밍의 중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이기범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쯤 뒤인 내년 가을쯤 한국 정부가 제소한다면, 그로부터 2달 뒤인 내년 겨울쯤 잠정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일본의 방류 개시 전에 잠정조치를 얻어내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다면 임시조치 격인 잠정조치가 아닌, 본안 절차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이기범 교수는 "물론 분쟁 당사국이 합의한다면 일부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제소에서부터 본안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4년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를 하면, 재판소 측은 약 5~6개월 이내에 재판부를 꾸리게 됩니다. 이렇게 구성된 재판부는 변론서를 각각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 특정 시한 내 제출하라고 요청합니다. 그 시한은 각 재판부 판단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는 약 8~9개월 정도씩 시한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소를 한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먼저 변론서를 약 8~9개월 안에 내면, 그다음 일본 정부가 그에 대한 반론서를 약 8~9개월 이내에 제출하는 식입니다. 유엔해양법협약상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재판부는 이렇게 약 2년 가까운 기간 내에 한국 정부, 일본 정부의 서류를 받은 뒤 또다시 1년가량 회의를 하게 됩니다. 그 뒤 공개 변론기간 7일~10일 정도를 거쳐 판결문을 작성하는 데 6개월 가량을 쓰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철저한 '본안의 준비'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 정부가 유엔해양법협약상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잠정조치 요청과 함께 제소를 하게 될 그 시점에 이미 '완벽한 소장'을 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기범 교수는 "정부가 '이기기 위해서' 제소하는 것이라면, 국제법 전문 해외 로펌 중에서도 특히 어느 곳을 선임할 것인지, 그리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정확히 어떤 유엔해양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제소하는 당사국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하다 보면 본안 준비에만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다. 준비는 1년이든 2년이든 지금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귀감' 사례로 필리핀이 지난 2013년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남중국해 분쟁 관련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판결을 꼽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7월, 3년 6개월 간의 심리를 마치면서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권원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기범 교수는 이 남중국해 사례가 비록 환경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로 하여금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해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필리핀 정부가 2010년 초반부터 수년간 재판을 준비해왔다"며 "그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필리핀 입장에서 승소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잠정조치 통해 '오염수 방류' 미리 막을 수 있나?

그렇다면, '가처분' 격의 잠정조치만으로 일단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의 반응은 "얼마나 제대로 준비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가능성을 닫아두진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해양법 전문가는 "제가 파악하기로 해양 환경과 관련해 오염 유발 행위를 중단시킨 인용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해양 환경이 다 오염된다면 소의 이익이 없어지는 만큼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방류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목스 플랜트' 사건처럼 '정보 공유', '양국 간 협력' 정도의 잠정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김민철 유민국제법연구소 소장은 "현 시점에서 어떤 잠정조치가 예상되느냐고 묻는다면, '분쟁 당사국 간 협력하고 협의하라'는 정도의 조치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철 소장은 그러면서 2003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간 문제가 됐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해양 경계 지점에서 간척사업을 하는 싱가포르를 상대로 "해양 환경 오염 위반"이라며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본안을 제소하고 '싱가포르 측의 간척활동 자체를 중단하게 해달라'며 잠정조치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 구성에 시간이 소요돼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일단 잠정조치를 내렸는데, 결과적으로 싱가포르의 간척사업을 중단시키는 잠정조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민철 소장은 "앞선 사례인 목스 플랜트도, 싱가포르 간척사업 건도 재판부가 '해당 행위를 하지 말라'고까지 결정내리진 않았다"며 "이와 같은 선례들을 볼 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건도, 방류를 중단시키는 조치보다 당사국 간 협의와 정보 교류 식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본안 판결에서 '일본 방류 결정' 철회시킬 수 있나?

그렇다면,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의 본안 결정으로 '일본 후쿠시마 방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의 구속력 있는 결정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일단 선례들만 놓고 보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희망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국제 재판소에서 특정 국가에게 앞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판결을 수용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는 국제 의무의 위반이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재판소의 역할을 다 한다고 보는 게 지금까지의 국제 판례 관련 기본 입장입니다. 따라서,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재판부가 판단을 내린다면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양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어떤 규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선언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이기범 교수는 "물론 한국 정부가 소장과 변론서를 어떻게 잘 쓰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면서도 "통상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재판부가 '일본이 유엔해양법 협약의 몇 조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이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일본의 내각 결정을 취소하라는 결과까지 얻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교수는 "한국 정부가 소장과 변론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판부가 조금 더 전향적이고 구체적으로 방류 결정에 대한 내용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일본의 해양법협약 위반을 선언한다면, 상식적인 국가들은 그 정도의 결과만 나와도 방류 중단조치를 취하긴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해양법 전문가는 "소송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재판부가 '방류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릴 거라는 예측에는 조금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다만 "최근 국제 재판소의 판결 경향이나 태도를 보면, 실질적인 환경 오염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전예방주의'가 국제 판례에서 중요한 법 원칙으로 채택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걸 고려하면, 제소를 통해 일본에 압박을 가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판결 이후 '외교적 협의'도 중요…전 과정 준비 철저히 해야

또 전문가들은 어떤 판결이 나오든, 당사국이 판결을 어떻게 이행할지는 당사국 간 외교적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며 '판결 이후'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익명을 요청한 해양법 전문가는 "당사국들이 서로 외교적 협상을 하는 과정이 최종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후쿠시마 근해에서 방사능 오염량 측정에 관한 공동 조사를 한다거나,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2월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모리셔스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영국은 '차고스 제도가 여전히 영국령이며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은 권고적 의견에 불과하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유엔 총회는 이 같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을 존중해 3개월이 지난 뒤인 2019년 5월 영국이 차고스 제도 통치권을 6개월 내에 모리셔스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표결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16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56개국은 기권했는데, 영국을 지지한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6개국에 그쳤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된 국제포경규제위반협약 사건에서 패소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패소 판결이 있었던 당해연도에 포경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당시 판결에서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보완해 새로운 포경 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습니다. 중국도 지난 2017년 결론이 난 남중국해 사건에서 '효력이 없는 판단'이라며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기존에 막았던 필리핀 측 어업을 일부 가능하게 하고, 협상을 시작하는 등의 일부 타협적인 조치를 하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선언적 판결이든 이행적 판결이든, 중재재판소의 결정은 비록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 수단은 없지만, 그 결정 자체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일본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규정한다면, 세계 여론은 일본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며 국제 환경법이나 유엔해양법 협약과 합치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정하도록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과정에서의 의미나 효과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서 일단 판결을 내리면, 추가적인 항소심이나 절차를 따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설령, 한국 정부가 한국의 입지를 좁히는 '패소' 결론을 얻는다고 해도 이를 번복할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실제 국제법상 대응에 나서게 된다면, 본안 제소 준비와 잠정조치 대응은 물론 외교적 이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대비를 반드시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김혜영 기자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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