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세월호 책임' 기업의 '재산 빼돌리기'와 경찰의 뒷짐
6천 원대에 팔린 4만원 대 주식.."수사보다 수사 의지가 더 중요한 사건"
기업의 책임 회피에 빌미를 줬다는 지적을 받은 법무부와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등 관계부처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당 기업이 현직 국회의원의 가족회사인 데다 현 정부의 책임도 있어 수사에 부담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의 과오‧현직 국회의원 연관 기업 수사에 부담 작용한 듯
통상적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수사당국의 본래 역할과 거리가 먼 행보다.
경찰이 이같은 행보를 선택한 이유는 지난 18일 인천 지역 26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모인 인천지역연대가 낸 논평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지역연대는 논평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빠른 피해 회복은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이 세운 '촛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7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이 제자리고 책임을 져야할 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즉 해당 의혹의 가장 큰 책임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구상권 청구 소송을 방치했던 현 정부에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수사다.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 현직 국회의원의 가족회사라는 점도 수사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련통운은 배준영(국민의힘‧인천 옹진군강화군중구) 국회의원의 동생이 대표이사를, 아버지가 회사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배 의원도 2005~2007년 이 회사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우련통운의 자산을 빼돌리는 데 이용된 업체로 지목된 우련TLS 역시 배 의원의 동생이 대표이사이자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부담이 크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에 소홀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현직 야당 국회의원의 가족회사를 수사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인천경찰청 최주원 수사부장은 해당 수사에 대해 "(하명수사와 같은) 위에서 수사 지시가 내려와 수사를 개시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확실히 구분되고 구체적인 증거들이 있는 상태에서 개시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6천 원대에 팔린 4만원 대 주식…"수사보다 수사 의지가 더 중요한 사건"
우선 우리 정부는 우련통운을 상대로 2015년 세월호 참사 관련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다. 이 사이 우련통운의 ‘알짜배기’ 자산으로 평가받는 평택당진항만 주식회사의 우련통운 지분 전체가 2017년 우련TLS로 넘어갔다. 우련통운과 우련TLS의 대표이사는 동일 인물이다. 당시 해당 주식가격은 1주당 4만 원 이상으로 평가됐지만 우련통운은 이를 6천 원 대에 넘겼다.
의혹의 핵심은 우련통운의 평택당진항만 지분이 왜 헐값에 우련TLS로 넘어갔느냐에 있다. 이 행위는 사회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우련통운 기업 내부에서 보면 4만 원대에 팔 수 있는 주식을 6천원 대에 팔았으니 손해를 입은 셈이다.
당시 주식 매입을 통해 우련TLS는 150억 원 상당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범죄이다.
이 때문에 수사는 우련통운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주식 거래를 분석한 참여연대와 경기도는 이 의혹을 아버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주식을 자식들이 헐값에 매입 상속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남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우련통운의 최대주주가 대표이사의 아버지고 그 주식을 넘겨받은 회사가 자식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주식 매각 과정도 유사해 수사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상훈 변호사는 해당 의혹에 대해 "이 정도 사안을 밝혀내는 수사는 이미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며 "수사 자체가 어렵기보다 수사당국이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연대도 논평을 통해 "수사당국은 제기된 의혹에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관련 정부부처도 (구상권 청구 소송) 재판 결과만 기다릴 게 아니라 모든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이번 사안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는 건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나사, 화성서 비행성공…지구 이외 행성서 '첫' 기록
- 정의용 "日오염수 긍정평가는 미국이 유일…판단 근거 요청"
- 나물로 버티다 떡 훔친 절도범…새 삶 찾아준 경찰
- 연안부두서 신원미상 남성, 발견 당시 자세가…
- 오세훈 시장,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문제 공식 사과
- [AS뉴스]"그놈 '김민수 검사', 50만원 벌자고 내 아들 죽였나"
- 정의용 "한미 백신 스와프 진지하게 협의 중"
- 돌아다니고 물품구입하고…제주 자가격리 무단이탈자 40명
- 기재 1차관 "금리 상승 따른 가계 부채 부담 상승 우려"
- 술 마시다 아령으로 후배 머리 수차례 내리친 男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