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그래도 도쿄에 가고 싶다

성환희 2021. 4. 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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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근데 올림픽 하긴 하는 건가요?" 통화를 마칠 때마다 취재원의 마지막 물음은 늘 같다.

도쿄올림픽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자들도 반신반의하긴 마찬가지다.

집권 여당의 실세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까지 나서 "도저히 무리라고 한다면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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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4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G-10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수영 황선우, 체조 양학선 선수, 장인화 선수단장,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탁구 신유빈, 펜싱 구본길 선수, 최윤 선수단부단장, 신치용 진천선수촌장. 진천=뉴스1

"근데 올림픽 하긴 하는 건가요?" 통화를 마칠 때마다 취재원의 마지막 물음은 늘 같다. 도쿄올림픽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자들도 반신반의하긴 마찬가지다. 개막 100일을 남겨두고 대대적인 특집 기사를 통해 애드벌룬을 띄웠던 들뜬 분위기는 옛날 얘기다.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3개월여 만에 최다(15일 기준 4,576명)를 기록했다. 해외 관중 입장 금지라는 빗장을 걸고라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일본이지만 내부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일본 국민의 70%는 취소 또는 재연기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집권 여당의 실세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까지 나서 "도저히 무리라고 한다면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켰다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4일 진천선수촌에서 올림픽 G-100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기대와 각오를 나눠야 할 행사는 '백신 청문회'로 둔갑했다. 취재진은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줄기차게 물었고, 그때마다 대한체육회의 답은 똑같았다. "드릴 말씀이 없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질병관리청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유력했지만, 30세 미만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과 혈전 부작용 논란, 수급 차질 등으로 질병관리청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산 재료가 포함된 현지 식단 대신 따로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선수촌 내 음식 반입과 관련해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도 도쿄올림픽 조직위로부터 따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고 했다.

이쯤 되면 언제 취소 결정이 내려져도 이상할 건 없다. 기자들도 올림픽 회의론에 망설임 없이 공감했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 전까진 그랬다. 어렵게 진천선수촌에 모인 선수들은 낯선 '코로나19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태권도 금메달 유망주 장준은 "올림픽이 연기된 지난 1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금메달 꿈이 더 간절해졌다"고 했다. 체조 선수 양학선은 "선수들끼리는 '올림픽이 또 연기되진 않겠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올림픽을 위해 피땀 흘린 시간이 이번엔 무려 5년이다. 코로나19가 두려워 올림픽 출전을 고민했다는 선수는 없었다.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기는커녕 올림픽만 나갈 수 있다면 빨리 맞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펜싱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오상욱은 지난달 헝가리 월드컵에 참가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한 달 동안 고생했다. 옆에서 본 그의 동료들도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코로나19도 올림픽을 향한 의지는 꺾지 못했다. 절절하고도 결연한 그들의 표정과 말이 귓가에 맴돈다. "저희도 '올림픽을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들은 저희 입장이 돼보지 않아서 모를 거예요. 우리에겐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지금도 도쿄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는 찬성하고 싶지 않다. 다만 취재진 앞에 섰던 선수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이 시국에 굳이 올림픽을 해야겠나"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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