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몇 장의 꽃잎이 바람에 떠다닌다. 배고플 때 먹기도 하던 꽃, 참꽃으로 불린다.
30년 가까이 진달래에 몰두해 ‘진달래 화가’로 불리는 김정수(66)씨는 어느 봄날의 푸른 저녁을 떠올렸다. 거기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다. 누군가를 먹이고 다독이던 손, 그 작은 체온이 닿으려 다가온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5월 11일까지 선보이는 그림 제목처럼 ‘기억의 저편’에서 진달래 꽃잎이 선명해진다. 화가는 “어머니를 향한 헌화(獻花)”라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서정을 고심한 끝에 진달래에 도달했고, 원하는 색을 얻으려 화가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물감을 사용했다. “이런저런 색을 섞어봤다. 초반엔 물감을 일곱 개까지 썼다. 전시하려고 몇 달 뒤 다시 보니 꽃이 전부 보라색으로 변해있더라. 철쭉이 돼 있더라. 이게 아닌데…. 전부 불태웠다.” 이제는 분홍과 빨강과 하양, 그리고 가끔 고동색을 섞는다. 화면에 서른 번 이상 덧칠한다. 한참을 되새길 때 기억의 얼굴이 비로소 환해진다.
사랑의 기쁨, 예스러우나 평생을 희구하게 되는 낱말을 이 꽃은 꽃말로 삼고 있다. 너머에 민가(民家)가 보인다. 그 온기의 지붕 쪽으로 꽃잎이 고이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