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4년도 피하지 못한 '지지율 하락의 법칙'[동아광장/한규섭]

2021. 4.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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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차기 대선이 10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4년을 돌아볼 만한 시점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특징은 임기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이러한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따라왔다. 이 법칙은 미국에도 적용된다. 문 대통령은 다를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탄핵 정국에서 워낙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이달 1일까지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974개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취합하여 조사기관이 시기별로 보이는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대통령 지지율을 추정했다. 여기에 전환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이라는 통계기법을 적용하여 문 대통령 임기 4년을 돌아본다.

지지율 추이로 보면 문 대통령 재임 기간은 크게 7개 정도의 시기로 나뉠 수 있었다. 임기 초반부터 2017년 7월 첫째 주까지 3개월은 ‘허니문’ 시기로 80% 안팎의 ‘초현실적’ 지지율이 유지됐다. 전임 대통령들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약 42%(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71%(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았다.

‘허니문’ 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본격적으로 현 정부의 인사 및 기본정책 방향 등이 나오면서 ‘이탈층’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1차 하락기’다. 그러나 2018년 4월 첫째 주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에는 ‘제1차 반등기’가 찾아왔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6·13지방선거 압승으로 인한 일종의 ‘랠리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짝 반등에 그치고 말았다. 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2018년 6월 3주 차 이후부터 ‘2차 지지율 하락기’가 시작됐다. 몇 번의 조정기가 있긴 했지만 결국 같은 해 12월 1주 차에는 50% 선이 무너졌다. 임기 1년 반 만에 기존 지지층만 남은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시기로 ‘제1차 반등기’ 최고점인 79.4%(5월 첫째 주) 대비 무려 3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 시기는 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핵심인 ‘적폐 청산’의 대표적 정책들을 쏟아냈던 시기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정부를 향한 ‘적폐 청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이후 2018년 12월 1주 차부터 2020년 3월 2주 차 정도까지 1년 반 가까이 일종의 ‘보합기’가 지속됐다. 이 시기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굳건한 지지를 보인 시기다.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촉발된 각종 논란에도 지지율 최저점이 43%(2019년 9월 3주 차) 정도였고 40∼50% 초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문 대통령에게는 ‘제2차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초기 코로나 방역과 지원금 지급 등으로 지지율이 급반등하였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다시 60%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애석하게도 문 정부는 ‘제2차 반등기’의 기회도 잡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제3차 하락기’가 시작됐다. 현 데이터에서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잡혀 나오지는 않았으나 ‘부동산 적폐’를 겨냥한 각종 규제를 쏟아 내던 와중에 터진 ‘LH사태’는 새로운 하락기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출발한 문 대통령도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비켜 가지는 못했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역대 최저인 30%, 부정 평가는 역대 최고인 62%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승리로 대표되는 두 번의 ‘반등기’에 ‘국민 통합’의 행보를 보였다면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깰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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