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74] 왕가의 울타리였던 여왕의 남편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1. 4.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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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자베르 빈터할터, 1851년 5월 1일, 1851년, 캔버스에 유채, 107 x 130cm, 윈저성 왕실컬렉션 소장.

독일 화가 프란츠 자베르 빈터할터(Franz Xaver Winterhalter·1805~1873)가 그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가족 초상화다. 1851년 5월 1일은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 사이의 일곱째 아이, 아서 왕자의 첫 생일. 여왕의 품에 안긴 어린 왕자에게 선물을 건네는 백발 노장은 왕자의 대부(代父)이자,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웰링턴 공, 아서 웰즐리다. 왕자는 그의 이름을 따랐을 뿐 아니라 둘은 생일도 같은 5월 1일이다. 셋째 왕자로 왕위와 거리가 멀었던 아서는 이후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했다.

초상화가로 특히 빅토리아 여왕의 총애를 받았던 빈터할터는 이 장면을 동방박사를 맞이하는 성가족(聖家族)처럼 경건하고도 따스한 분위기로 그려냈다. 인물들은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로 배치됐는데 그 정점을 차지한 이가 바로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다. 군주의 자질을 갖췄으되 군주가 되지는 못했던 앨버트 공은 든든한 울타리처럼 가족을 감싸고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강을 사이에 두고 황금빛 광채를 발산하며 웅장하게 선 둥근 지붕의 건물은 바로 그날, 1851년 5월 1일에 개막한 만국박람회장이다. 유리와 철로 지어 ‘수정궁(水晶宮)’이라고 불렸던 이 건물은 전 세계인에게 영국 산업의 우월성을 한눈에 보여줬다.

앨버트 공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제조업의 혁신을 위해 박람회를 기획하고 대대적인 후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박람회는 전례 없는 대성공을 거두며 영국 경제성장의 기폭제가 됐고, 나아가 산업혁명의 이상이 서구 각국으로 전파되는 발단이 됐다. 박람회로 거둔 수익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런던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디자인 박물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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