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74] 왕가의 울타리였던 여왕의 남편
독일 화가 프란츠 자베르 빈터할터(Franz Xaver Winterhalter·1805~1873)가 그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가족 초상화다. 1851년 5월 1일은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 사이의 일곱째 아이, 아서 왕자의 첫 생일. 여왕의 품에 안긴 어린 왕자에게 선물을 건네는 백발 노장은 왕자의 대부(代父)이자,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웰링턴 공, 아서 웰즐리다. 왕자는 그의 이름을 따랐을 뿐 아니라 둘은 생일도 같은 5월 1일이다. 셋째 왕자로 왕위와 거리가 멀었던 아서는 이후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했다.
초상화가로 특히 빅토리아 여왕의 총애를 받았던 빈터할터는 이 장면을 동방박사를 맞이하는 성가족(聖家族)처럼 경건하고도 따스한 분위기로 그려냈다. 인물들은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로 배치됐는데 그 정점을 차지한 이가 바로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다. 군주의 자질을 갖췄으되 군주가 되지는 못했던 앨버트 공은 든든한 울타리처럼 가족을 감싸고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강을 사이에 두고 황금빛 광채를 발산하며 웅장하게 선 둥근 지붕의 건물은 바로 그날, 1851년 5월 1일에 개막한 만국박람회장이다. 유리와 철로 지어 ‘수정궁(水晶宮)’이라고 불렸던 이 건물은 전 세계인에게 영국 산업의 우월성을 한눈에 보여줬다.
앨버트 공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제조업의 혁신을 위해 박람회를 기획하고 대대적인 후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박람회는 전례 없는 대성공을 거두며 영국 경제성장의 기폭제가 됐고, 나아가 산업혁명의 이상이 서구 각국으로 전파되는 발단이 됐다. 박람회로 거둔 수익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런던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디자인 박물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자 연애’ 대학생 실명∙얼굴 공개한 목사, 벌금형 확정
- AMD,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절반 육박...인텔도 제쳤다
- 돼지 운반 차량 전도, 돼지 30마리가 고속도로에 쏟아져
- 美2살 아이 뱀 물려 응급실 갔더니 청구서 ‘4억원’... 왜?
- “사진에 방해돼”…구명조끼 거부한 인플루언서 2명, 요트 침몰로 사망
- “워크숍 위탁사의 실수였다”… 정선군청이 밝힌 ‘40인분 노쇼’ 전말
- 檢, 코인 시세 조종 관련 압수수색…금융당국 ‘패스트트랙’ 이첩 첫 사례
- 美 서머타임 3일 해제…시차 1시간 더 늘어납니다
- 국민연금 면제해줬더니 ‘호화 생활’…외제차 몰고 해외까지
- [쫌아는기자들] 크림, 사용자는 쉽지만 운영자는 어려운 입찰의 뒷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