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22] 황금이 된 공룡 화석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따르면 지구 역사상 가장 포악한 포식자 티렉스(T. rex) 공룡은 총 25억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티렉스는 북미 대륙이 둘로 나뉘어 있던 백악기에 서쪽 대륙인 라라미디아(Laramidia)에서 살았다. 평균수명은 28년쯤이었으며 약 12만7000세대를 거듭하며 살았다. 연구자들은 생태학에서 동물 개체군 크기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체중-밀도 비율’을 적용해 라라미디아에는 언제든 줄잡아 20만 마리의 티렉스가 돌아다녔을 것으로 본다.
북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있었다면 아시아에는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가 살았다. 티렉스보다 몸집이 조금 작았지만 이 논문의 계산에 따르면 남한에만 약 9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었다. 지리산국립공원 정도의 면적에는 네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지금 지리산에는 지난 15년간 환경부가 추진해온 복원 사업 덕택에 반달가슴곰 5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곰이 많아지며 등산객과 지역 주민의 안전을 걱정하게 됐는데, 만일 티렉스 네 마리가 휘젓고 다닌다고 상상해보면 영락없는 ‘쥐라기 공원’이다.
티렉스 화석 중 가장 압권은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의 ‘수(Sue)’라는 이름의 표본이다. 전체 골격의 85%가 발견돼 티렉스 표본 중 보존율이 가장 높다. 박물관이 1997년 10월에 830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화석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작년 10월 ‘스탠(Stan)’이라는 표본이 3170만달러에 경매되며 권좌에서 밀려났다. 우리 돈으로 35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스탠은 현재 영국 맨체스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의 연구자들은 티렉스가 화석으로 남을 확률을 8000만분의 1로 계산해냈다. 그러다 보니 수와 스탠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굴된 티렉스 표본은 고작 40점 남짓이다. 하나만 찾으면 팔자가 늘어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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