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영의 브랜드 & 트렌드 6] 아마존 미션의 무서움..뭐든 할 수 있는 포석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2021. 4. 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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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전 넷밸류코리아 한국지사장, ‘마케터의 생각법’ ‘레인메이커’ 저자

많은 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변화에 신경 쓰느라 변치 말아야 할 것을 잊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변화를 예측합니까?”란 질문에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재미있는 질문이지만, 식상한 질문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베이조스는 이 두 질문 가운데 후자가 더 중요한 물음이라고 말한다. 예측 가능한 정보를 가지고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기 쉬우니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쉽게 찾고,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는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변치 않는 그런 욕구에 대응한다는 말이다. 현상이 변해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미션과 비전은 어떠한가. 변해도 되는 것은 무엇일까. 미션은 존재의 고유성이다. 비전은 꿈이 담긴 목표다. 변동성의 관점으로 미션과 비전을 구분해 보자. 농부의 가치 체계를 예로 들겠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 경제에서 생산 경제 단계로 진보하게 된 ‘농업혁명’이 일어난 건 기원전 7000년의 일이다. 이후 수천 년이 흘렀지만, 농부의 미션은 변하지 않았다. 농부의 미션은 ‘농작물을 경작해서 생산비와 생활비를 보장받는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농작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농부의 비전은 어떠할까. 꿈이 담긴 목표인 비전은 방향성을 규정한 것이다. 그러기에 비전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꿈의 방향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농부의 비전은 시대마다 달랐을 것이다. ‘내가 소유한 경작지를 2배로 늘리겠다’ ‘유기농법을 사용해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생산하겠다’ 등.

이처럼 비전은 변해도 미션은 변하지 않는다. 불변까지는 어렵더라도 미션은 최소한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기업의 지향 가치여야 한다. 문제는 미션의 불변성이다. 원칙과 현실의 괴리가 분명 존재한다. 좀처럼 변치 않아야 하는 것이 미션일진대, ‘상황과 환경의 변화’라는 이유로 미션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미션을 만들어야 한다. 존재 이유가 때마다 바뀌지는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불변의 미션을 정립할 수 있을까. 여러 기업의 가치체계를 컨설팅하면서 필자가 받았던 압력의 상당 부분은 ‘미션의 불변성 원칙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였다.

이런 고민에 대한 힌트는 ‘미래를 만드는 기업은 어떻게 일하는가’의 저자 김동준 박사의 개념도에서 얻을 수 있다.

좀처럼 변치 않는 미션을 만들려면 구체성과 추상성의 중간 정도로 정립되면 된다.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정도 이상으로 추상적이지 않아야 한다. 지나친 구체성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미션에 바로 쓰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향기 좋은 커피를 제공한다’라는 식으로 정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내부 임직원이 미션을 봤을 때 개념은 좋으나 너무 추상적이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와서도 안 된다. 과잉 추상화를 벗어나는 방법은 ‘고객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면 된다. ‘우리는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다’ 혹은 ‘우리는 고객 입장에서 이런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로 미션을 정리하면 된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즉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내세우면 기업 활동의 영역을 스스로 줄이게 될 수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국의 철도 회사 앰트랙(Amtrak)을 생각해 보자. 앰트랙은 자사의 브랜드 ‘앰트랙’의 미션을 ‘철도 사업’으로 규정했다. 매우 구체적인 제품 지향적 정의를 자사의 미션으로 삼아 왔던 것이다. 20세기 중반부터 항공운송업이 일반화되기 시작했고, 앰트랙은 힘든 처지에 빠졌다. 만일 앰트랙이 브랜드 미션을 고객 지향적 정의로 설정하고 기업 활동을 해 왔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자. 브랜드 미션을 ‘빠르고 편리한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설정했거나 ‘저렴하면서 믿을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설정했었다면 어땠을까.

전자의 브랜드 미션을 채택했다면 앰트랙이 항공운송업에 진출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의 자유도가 높았을 것이다. 후자의 브랜드 미션을 정립했다면 신속한 이동이 아니어도 되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제품의 운송이나 느긋한 마음을 가진 승객의 이동과 여행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항공운송업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도 생존과 발전을 구가하는 ‘직접 경쟁의 슬기로운 회피’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존의 미션을 읽으면 아마존이 영위하지 못할 비즈니스는 거의 없어 보인다. 무서운 포석이 깔린 미션이다. 사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아마존의 영리한 미션

아마존은 매년 주주를 위한 연례 보고서를 발간한다. 아마존이 자신들의 미션을 명확히 설정하고 공표한 것이 1997년이다. 주식 공개가 이뤄진 해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그 후 20년이 넘도록 그때 주주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 편지에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와 아마존 모두에 오늘은 ‘첫째 날(Day 1)’에 불과합니다.”

그 서한에서 아마존은 자신들의 미션이자 신념인 ‘고객 중심주의’를 얼마나 집요하게 추구했는지를 보여 준다. 자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미션을 정의하고 있다. ‘인터넷과 기술을 사용해 소비자가 무엇이든 찾고 발견하고 구매하도록 돕고, 비즈니스와 콘텐츠 제작자가 성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고객 경험의 기준을 지속해서 높이는 것.’

아마존의 제품이나 서비스, 시스템이나 기술 등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는 하나도 없다. 동시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추상적이지도 않다. 추상성과 구체성의 중간, 그러나 뭘 해야 할지는 바로 짐작이 가는 이런 미션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아마존의 저 미션으로 영위하지 못할 비즈니스는 거의 없다. 무서운 포석이 깔린 미션이다. 오래 갈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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