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인사이드] 절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하태흥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1. 4. 2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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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흥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 학사, 법학 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총괄연구관),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인 5월이 다가왔다. 해마다 연말정산이나 세금 신고를 하면서 누구나 각종 비용이나 공제 항목을 미리 챙겨 두지 못한 후회를 반복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흔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세금을 피할 방법은 없다’라고 한다. 그러나 절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없을 수 있다’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납세 의무는 헌법에 정해진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이고, 국세청은 성실 납세를 강조한다. 이에 절세라고 하면 ‘변칙 증여’나 ‘편법 탈세’와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떠올리거나, 누구나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자기만 피하려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절세는 누구나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일 뿐이다. 국세청도 2014년부터 발행한 ‘세금 절약 가이드’라는 두 권짜리 책자, 총 500쪽에 걸쳐 세금을 절약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절세 그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세 방법을 찾으려면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매기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정해진 기간에 계산된 일정한 소득에 대해 순차로 높아지는 세율로, 특정한 사람에게 부과한다. 세무 용어로는 과세 대상, 누진세율, 기간 과세, 과세 단위라고 부른다. 이러한 기본원리를 하나씩 뜯어보면 절세가 가능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네 가지 포인트로 나눠 절세 방안을 소개한다.


포인트 1│미실현 이익이나 법인 유보로 절세 가능

경제학적 측면에서 소득은 모든 경제적 이익 또는 순자산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소득세가 도입된 역사적 연원에 비춰 보면 세법상 과세 대상인 소득 개념은 내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이 소득인가라는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세금을 매길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누가 부자가 됐는지에 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예컨대 10만원을 벌어 그 돈으로 옷을 사는 사람과 일자리가 없어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는 사람, 1만원을 벌어 차비로 내고 버스 탄 사람과 돈이 없어 버스를 못 타고 걸어간 사람을 비교해 보면, 이들이 같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이 세금을 내야 하는지는 답하기 어렵다.

미국의 러니드 핸드 판사는 1934년 “누구도 법에서 정한 이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애국적 의무는 없다”라고 판결했다. 우리 헌법도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 의무를 지고(제38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한다(제59조). 세법에서 과세 대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산 가치가 올랐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원칙적으로 없다. 헌법재판소가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자체는 가능하지만, 가치 산정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고 자산 가치의 등락에 따른 원본 잠식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92헌바49)을 한 이후, 미실현 이익을 과세하는 입법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개인이 소득을 얻더라도 실현되지 않은 상태로 보유한다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과 법인은 세목이나 세율 등 과세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법인을 통하면 소득을 낮은 세율로 법인에 유보해 둘 수 있다. 배당하지 않으면 절세가 가능하다. 이른바 ‘가족회사’가 대표적인 절세 수단으로 알려진 이유다. 이에 정부는 2020년 7월 최대 주주 지분율이 높은 개인 유사 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을 투자나 임금 등으로 지출하지 않고 보유하는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2014년에 도입돼 2022년까지 한시법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한 남성이 2020년 5월 1일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를 위해 국세청 홈택스 화면을 보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포인트 2│소득 분산과 누진세율 차이를 이용

소득세는 소득의 크기가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초과 누진세율 구조를 취한다. 국가 세수만 고려하면 국민소득을 필요한 세수로 나눠 세율을 정하는 비례세도 가능하지만,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저소득자에게는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은 6.6~49.5%(지방소득세 포함)로 일본(55.9%), 프랑스(55.4%), 캐나다(53.5%)에 버금가는 최고 세율을 갖고 있다.

또한 세금은 전 생애 동안 번 소득에 대해 한 번 매기는 것이 아니다. 대개 1년 단위로 측정해 부과한다. 매해 소득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사람보다 평생 일정하게 분산해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더 적은 세금을 낸다.

10년 단위로 매기는 증여세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태어났을 때와 10세 때 1억2000만원씩, 20세와 30세에 각 1억5000만원씩 증여하면 증여세액은 합계 4000만원이다. 증여받은 돈을 세후 연 4% 정도 수익률로 운용하면 자녀가 30세 때 약 10억원을 갖게 된다. 자녀가 30세 때 10억원을 한 번에 증여받으면 증여세는 2억원이다. 누진세율과 공제액 적용 횟수 때문에 세금이 차이난다.


포인트 3│소득세는 개인 단위로 부과

소득세는 원칙적으로 개인 단위로 부과한다. 부부가 각자 8800만원씩을 버는 가정은 각각 24%의 세율을 적용받으나 부부 중 한 사람만 1억7600만원을 벌면 3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누진세율 체제에서 가정 단위의 수평적 공평과 결혼 중립성을 유지하는 세제는 존재할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결혼세 불가능성의 정리’라고 한다.

1가구 1주택 비과세는 가구 단위로 따진다. 사실혼 관계인 부부는 각자 가구로 보기 때문에 각각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절세의 기본원리를 안다고 해서 절세 방법이 저절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법인세법은 채무보증으로 인한 구상채권의 대손금은 손금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한다(제19조의2). 모회사가 자회사를 위해 보증을 하고 빚을 대신해서 갚았으나 자회사가 파산에 이르면, 모회사는 대신 갚은 돈을 손금 처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자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모회사로 인수하도록 한 다음 그 자금으로 빚을 갚고 파산하면, 모회사는 가치가 없어진 자회사 주식을 자산 손실로 인정받을 수 있다(대법원 2013두6206 판결 참조). 이처럼 경제적 효과가 동일하면서도 과세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은 세법이나 회계학은 물론 사업성에 관한 판단까지 곁들여져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포인트 4│절세는 당연히 내지 않아야 하는 세금을 찾는 일

끝으로 ‘절세’는 세법이 인정하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명백한 과세 대상을 신고하지 않는 ‘세금 탈루’나 허위 서류를 만드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와는 다르다.

흔히 ‘조세 회피’는 세법이 예상하는 통상적인 거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우회 행위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납세자가 ‘조세법률주의’에 기반해 새로운 거래 형식을 찾아 절세를 추구하는 것처럼 국세청도 ‘실질 과세의 원칙’에 따라 일반적으로 과세 대상이라고 인식하지 않던 사안에 대해 다양한 과세 논리를 개발해 창의적 과세를 시도한다. 한 국회의원이 2020년 밝힌 자료에 의하면 조세 행정 소송에서 국가 패소율은 평균 11%인데, 6대 로펌이 납세자를 대리한 사건에서는 31%, 세액 100억원 이상 사건에서는 41%라고 한다. 복잡한 세법의 해석 차이로 인해 과세 대상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법원 판단이 내려져야만 합법적 절세인지 위법한 조세 회피인지, 무리한 과세인지 창의적 과세인지가 밝혀진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절세란 내야 할 세금을 피하는 기발한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내지 않아야 하는 세금을 안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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