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그림으로 마음 표현하는 '하티즘'으로 세상 위로해요"
[짬][짬] 발달장애 작가 강선아씨·어머니 박정숙씨
“올해는 정말 선아가 미술작가로 당당히 인정받은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캐릭터 작품을 전문 전시장에 선보인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으로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장애인의 날(20일)을 축하하는 뜻깊은 전시에도 초대받았거든요.”
발달장애인(자폐 중증)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 중인 강선아(26) 작가의 매니저이자 대변인인 어머니 박정숙(56)씨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자랑 섞인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강 작가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이더블유(JW) 아트 어워즈 수상작 전시회―위로의 시간’에 참여해 신작 2점을 선보이고 있다. 꿈틔움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여한 ‘제이더블유 아트 어워즈’의 본상 수상 작가 28명을 처음으로 한데 모은 자리이다.
선천성 중증 자폐장애로 미술치료
6살때부터 그림 몰입해 9살때 첫 입상
최근 20년만에 첫 개인전 ‘마음주의’
‘JW 아트 어워즈 수상작가전’ 초대
장애인의 날 맞아 21일까지 전시중
“꾸밈없고 따뜻한 작품 계속 선물하고파”
“강 작가는 ‘아트 어워즈’에서 2015년 입선, 2016년 우수상에 이어 2018년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비록 대상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지요. 그런데 올해는 작품을 통해 코로나 대유행 시대 힘겨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기회도 얻었으니 새삼 영광스러워요. 동정의 시선이나 보호만 받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자 예술인으로서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한 셈이니까요.”
박씨의 말대로, 주최 쪽인 중외재단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해째 이어지면서 움츠러든 예술계와 봄이 왔어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민간기업 주최 장애인 예술 공모전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제이더블유 아트 어워즈’는 지난 5년간 모두 1020개의 공모작 가운데 173명의 수상 작가를 배출했다. 만 16살 이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순수미술과 일러스트레이션, 2개 부문에서 시상을 하고 있다.
“생후 18개월쯤부터 선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발육이 늦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가지 치료와 특수교육을 시작했어요. 미술치료도 그중 하나였는데 물론 처음엔 점만 찍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6살 무렵 티브이에서 방영된 유아교육 프로그램 ‘텔레토비’를 유난히 좋아하더니 선을 잇고 면을 채우며 그림으로 제법 표현을 하더군요.”
그렇게 장애인 복지관에서 습작을 선보이던 강 작가의 수상 이력은 9살 때인 2004년 ‘청소년 미술대회’ 우수상을 시작으로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질 정도로 화려하다. 2015년에는 ‘볼풀장’, ‘호빵맨 친구들2’ 두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됐다. 2016년 피치마켓의 느린 학습자용 문학도서인 삽화 작업에도 참여했다. 2017년엔 서울 강남장애인복지관 식당 내 벽화도 도맡아 그렸다. 2019년 ‘제29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입선에 이어 2020년에는 미술대전 특선과 ‘제9회 꿈을 날다―꿈틔움 공모전’ 희망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2015년은 스무살이 된 강 작가가 사회인으로 진출한 해였어요. 전시장에서 우연히 선아의 작품을 본 청년사업가 김현일씨가 이듬해 국내 첫 장애인 예술품 에이전시이자 창작집단인 디스에이블드를 창업하면서 첫번째 전속 작가로 ‘스카우트’가 됐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껏 정규직원으로 하루 4시간씩 출근하면서 월급도 받으며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강 작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지난 3월 마지막 주부터 4월4일까지 ‘세상에 하나뿐인 전시―강선아의 마음주의전’ 개인전도 열게 됐다.
“2012년 초창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35점을 골라서 소개하는 선아 그림의 발자취 같은 전시였어요. 디스에이블드에서는 마음속 그대로 꾸밈없이 표현해내는 강 작가의 작품세계를 ‘하티즘’(마음주의)의 전형으로 소개해주었어요.”
박씨는 아이가 어릴 때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했고, 빈 벽만 보면 어디서나 그림을 그리려는 아이 때문에 ‘사고 아닌 사고’도 여러번 겪었다고 남다른 애환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말이 아닌 그림이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임을 이해하기에 꾸준히 작가의 길을 함께 가기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선아는 누구든 만나면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거나 그림을 그려 선물하며 재미있는 방법으로 소통하기를 좋아해요. 또 그림을 그리면 당연히 전시하는 것으로 알아요. 선아가 지금처럼 선물 같은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세상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전시는 사전 예약제(02-760-9718)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 자산 많을수록 빠르게 늘었다
- 기후위기에 내몰린 위기의 커피산업 구할 커피종 찾았다
- [세상읽기] 종부세 함부로 차지 마라 / 이원재
- 김종인 “국민의힘 가면 백조가 오리 돼버려”…윤석열 강하게 만류
- “삼성전자 팔고 코스닥 성장주 살 때”…증권가 ‘용기’ 있는 보고서
- 아침엔 코트, 낮엔 반팔…서울 내일 낮 28도까지 올라
- 월성원전 조기폐쇄 의혹 재판…‘삭제’ 문건 성격 공방
- “매일 바나나 반조각과 바른 생활”…미 최고령 116살 할머니 영면
- 아침엔 코트, 낮엔 반팔…서울 내일 낮 28도까지 올라
- 오세훈 “‘박원순 피해자’, 장례 등 서울시 조치보며 절망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