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 꽃피운 '가족의 힘'..48세 싱크 옆엔 아들이 있었다

류형열 선임기자 2021. 4. 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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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은퇴 전에 함께하고 싶어
델타항공 다니던 둘째 '캐디 자청'
RBC 헤리티지 우승 시즌 2승 합작

[경향신문]

스튜어트 싱크는 산책을 하듯 여유롭게 18번홀 그린을 향해 걸어갔다. 4타 차의 넉넉한 리드. 둘째 아들 레이건이 옆에서 백을 메고 있었고, 부인 리사와 큰아들 코너는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싱크는 “이런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은 뒤 싱크는 아들 캐디 레이건과 포옹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멋진 일주일이냐.” 그린 뒤에선 가족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48세의 노장 골퍼 싱크는 19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 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15언더파 269타를 친 헤럴드 바너 3세와 에밀리아노 그리요와는 4타 차였다.

싱크는 1, 2라운드에서 무려 16타를 줄여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한 뒤 3라운드 2언더파, 4라운드 1언더파로 팽팽하게 버텨 우승을 확정지었다. 2000년과 2004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싱크는 17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보탰다. 우승 상금은 127만8000달러(약 14억2000만원).

지난해 9월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11년 만에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한 싱크는 7개월 만에 1승을 추가하며 2020~2021시즌에만 2승째를 올리는 노익장을 뽐냈다.

고목에 꽃을 피운 싱크의 화려한 부활에는 캐디 아들 레이건을 빼놓을 수 없다. 레이건은 지난해 봄 조지아공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델타항공에 취업도 했다. 하지만 레이건은 아버지가 은퇴하기 전 투어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레이건은 올 시즌 싱크의 첫 PGA 투어 대회인 세이프웨이 오픈부터 아버지의 백을 멨다. 아버지-아들 듀오는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레이건은 계속 아버지의 백을 멨다. 톱10 3번, 톱25 7번을 만들어낸 싱크와 레이건은 RBC 헤리티지에서 다시 우승했다. 올 시즌 2승을 올린 것은 브라이슨 디섐보에 이어 싱크가 두 번째다. 싱크는 또 50년 만에 두 번째로 48세 이상의 나이로 한 시즌에 두 번 우승한 골퍼라는 기록도 세웠다. 레이건이 계속 싱크의 백을 멜 수는 없다. 레이건은 올여름 결혼한 뒤 델타항공으로 들어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예정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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