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바꾸는 용달매직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이용균 기자 2021. 4. 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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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용택 KBS N 해설위원은 김용달 코치(65·삼성)에 대해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면서도 “박용택이라는 타자의 타격이 정립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분”이라며 고맙게 여긴다. 2007년 LG에서 코치와 선수로 처음 만났다. 타격 이론을 두고 고집과 고집이 충돌했다. 그러면서도 새벽 3시까지 공을 올려주고 배트를 휘둘렀다.

김용달 코치의 타격 이론은 회전보다는 ‘중심 이동’에 조금 더 방점이 찍힌다. 방망이가 뒤에 머문 상태에서 상하체의 분리가 이뤄진 뒤 중심 이동과 함께 스윙의 폭발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유인구가 많은 KBO리그 스타일에 맞지 않다는, 비난에 가까운 지적도 많았지만 중심 이동이 변화구 대처를 어렵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잘 증명하고 있다.

박 위원은 “테이크 백 동작을 두고 진짜 많이 싸웠다. 방망이로 리듬을 맞춰가면서 흔들다가 때리면 멋있지 않나. 프로야구라면 멋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돌아온 김 코치의 대답. “그러니까, 네가 야구 잘 못하는 거야. 폼이 멋있는 게 멋진 야구가 아니라, 잘 치는 게 멋진 야구다.”

김용달 코치 부임 2년째, 삼성 타선에서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삼성은 오재일, 김동엽이 정상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팀 타율 0.262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삼성 팀 타율은 리그 8위였다. 팀 OPS도 0.728로 리그 4위다. 타선의 면면이 화려한 NC(0.829), 롯데(0.763), KT(0.761)의 뒤를 잇는다. 지난 시즌 삼성의 팀 OPS는 0.732로 리그 8위였다.

삼성 타선의 키는 구자욱이다. 시즌 타율 0.438로 리그 타격 1위다. ‘용달 매직이냐’는 질문에 김 코치는 “절대 아니다. 스스로 겨울 동안 방향을 잘 잡고 준비를 잘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코치의 설명에 따르면 구자욱은 중심 이동 때 하체가 위로 뜨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를 낮게 잘 끌고 나오면서 안정감이 생겼다. 지나치게 기울었던 골반 회전의 축이 잡히면서 타구의 질과 선구안이 모두 좋아졌다. 이번 시즌 구자욱의 타격 준비 자세는 전성기의 양준혁을 떠올리게 한다.

김 코치는 김상수의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지만 “1번 타자로 너무 많은 공을 보려고 했다. 좋은 스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율은 0.182지만 볼넷이 10개나 된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했던 강민호가 0.370으로 펄펄 날고 있고 김지찬(0.350)의 활약도 쏠쏠하다. 오재일, 김동엽이 본격적으로 라인업에 가세한다면 삼성의 타선은 더욱 강해진다.

그 기대감의 이유는 홈구장 라이온즈 파크가 타자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홈런 타자의 가세는 팀 득점력을 크게 높인다. 김 코치의 중심 이동 타격 이론은 장타 생산에 도움이 된다. 시너지를 노릴 법하지만 김 코치는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올 시즌 삼성 타격의 테마는 공을 많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팀 로스터 구성상 장타 의존 라인업이 나오기 어렵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기동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은 만큼 주자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타자의 역할이다. 홈런을 노리는 뜬공보다, 빠른 주자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인플레이 타구가 ‘2021 삼성’에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끝났다.

모든 변화가 새로운 세대의 몫은 아니다. 경험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이론으로 무장한 65세 노(老)코치의 ‘매직’이 ‘명가’ 삼성 재건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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