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일회성 높은 기타소득" vs "투자목적의 금융소득"
[경향신문]
정부, 내년부터 기타소득 분류
250만원 차익부터 20% 세율
“투기성 높고 자산 지위 불분명”
‘코인 개미’들 “고소득자에 유리”
“언제든 현금 교환·반복적 매매”
주식처럼 양도소득세 부과 주장
올해 들어 투자 규모가 1500조원으로 급증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에 대해 정부가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할 예정이나, 투자자들이 주식에 비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도차익의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는 주식과 달리 가상통화의 경우 연간 250만원의 차익부터 20%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동학개미’들이 과세정책을 바꾼 전례처럼 ‘코인개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가상통화의 경우 당국이 ‘금융상품’이나 ‘화폐’로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터라 조세 개편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동건 한밭대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조세정책학회 세미나에서 “가상통화는 기타소득보다는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가상통화를 주식과 비교하며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언제든지 시장에서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한 자산”이며 “반복적으로 매매하는 측면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가상통화도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매기자는 것이다.
실제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가상통화 투자수익을 양도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한다. 미국은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자본소득으로 보고 최대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프랑스도 자본소득으로 보고 양도차익에 19%의 세율을 부과한다.
전문가들은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경우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만큼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도 지적한다. 2023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 과세(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 세율)처럼 가상통화로 번 소득에 대해서도 누진적인 구조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투자소득에 과세를 하는 만큼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화와 이용자 보호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가상통화를 정부가 인정하는 격이 된다.
정부는 가상통화를 일회성이 높은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투기성이 높은 데다 아직 자산으로서 지위가 불분명한 만큼 여타 자산과 차별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기타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퇴직·양도소득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주로 상금과 복권 당첨금, 원고료, 인세, 강연료 등 일시적인 소득에 부과한다. 기획재정부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에서 가상통화를 무형자산으로 규정한 점을 들어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
가상통화를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인정하고 양도소득을 과세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는 예금이나 주식, 부동산처럼 자산으로서 지위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 “기존 자산들에 대해서처럼 비과세 등 혜택을 부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가상통화에 대해 거래실명제·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부과했지만 자금 규모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연간 5000만원의 기본공제에다 5년간 이월공제가 허용되는 것처럼, 250만원인 가상통화의 기본공제 규모를 확대하고 이월공제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근거 자체가 불명확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금융투자 상품으로 판단하려면 자본시장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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