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우두머리에 손 내민 아세안
[경향신문]
주말 인니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 초청
쿠데타 후 첫 국제무대…NUG “군사정권 인정하면 안된다”
전통 설연휴 기간에도 최소 26명 사망…일본인 기자도 체포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정상회의에 미얀마 대표 자격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지도자를 초청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이 연합한 국민통합정부(NUG)는 아세안이 군부를 미얀마의 공식 정권으로 인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얀마에선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전통 설연휴 기간에도 최소 26명이 무력진압으로 숨졌다.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18일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었다”며 “미얀마의 ‘MAH’를 포함해 여러 지도자들이 참석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MAH’는 지난 2월1일 쿠데타로 미얀마의 전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약자다. 쿠데타 반대 시민을 700명 넘게 학살한 군부정권의 수장을 미얀마 정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서는 것이 된다.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내정 불간섭이란 원칙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쿠데타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세안이 미얀마 군부의 피묻은 손과 악수하려 한다”는 비판이 퍼지고 있다.
미얀마 민주진영 지도자들과 소수민족 등 반군부세력이 연합해 창립을 선언한 NUG는 아세안의 결정을 비판했다. 모에 조 우 NUG 외무차관은 18일 미국의소리 미얀마방송에 출연해 “아세안은 NUG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서 “미얀마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NUG와 협의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사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UG의 사사 대변인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흘라잉 ‘최고살인자’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NUG를 인정하고 관계를 맺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이날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군경의 무력진압으로 사망한 시민들의 수가 최소 738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전통 설연휴 기간에도 최소 26명이 숨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시민들은 연휴에 축제 대신 거리시위를 하고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일부 시민들은 ‘NUG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그러나 군경이 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AFP통신은 한 시민과 구조대원의 말을 인용해 “한 청년이 17일 밤 통행금지 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는 이유만으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체포와 고문 소식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엔 반쿠데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웨이 모 나잉이 15일 잡혀가 구타와 고문을 당한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구금됐다 숨진 이들의 몸에서도 골절과 멍자국이 발견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구타당해 걷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군경이 총을 쏘는 영상도 떠돌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매일 저녁 군부 소유 TV를 통해 수배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미얀마 상황을 감시하고 있는 단체 ‘리포팅 아세안’은 “군이 일본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기타즈미 유키를 양곤의 자택에서 잡아갔다”며 “지금까지 군에 체포된 기자들의 수는 65명 이상이고, 최소 34명이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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