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이번 선거 이겼으면 나에 대한 소환 요구 더 컸을 것
"소환 요구, 내 결정권 무시"
[경향신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61·사진)이 정치 재개를 위한 ‘활주로’를 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친문 핵심 지지층의 차기 대선 등판 요구에 단호하게 불응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유 이사장은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1차전에서 4위에 그친 뒤 “비행기를 띄우려 했지만 활주로가 짧았다”고 말하며 경선 레이스에서 물러났다.
유 이사장은 지난 14일 경기 파주 출판단지 집무실로 찾아간 기자에게 “나는 정치를 안 한다고 선언했다. (등판설은) 내 의지와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16일 공개)에서는 “남의 인생을 장난감 취급 말라”고도 했다.
이미 정계를 은퇴하고 정치 비평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그였지만 ‘유시민 소환령’은 때만 되면 등장했다. 이번 소환령은 그의 발언 때문에 점화됐다. 최근 ‘알릴레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민주주의 붕괴를 다룬 책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거론하며 “야당이 왜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했고, 지난달 교보문고 유튜브 채널에선 “신념은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그는 “정치에서 무조건 협력이 좋고, 무조건 갈등(대립)이 나쁜 것만도 아니다. 어떤 대립이냐가 중요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 그 책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독주 체제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반감도 ‘유시민 소환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러나 그는 “선거에서 이겼으면 (나에 대한) 소환 요구가 더 컸을 것”이라며 거듭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정치인생 10년 동안 아쉬운 거 없을 정도로 정치에서 완전 떠났다. 평생 책만 쓰고 살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88년 처음 출간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 개정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정치 관련 언급을 극도로 삼갔다. 집요하게 물어도 단답에 그쳤다. 이 지사에 대해선 “남은 시간이나 준비 정도를 고려하면 가장 유력하지 않나”라고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행보는 “자기 시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14년 전 짧았던 그의 활주로는 완전히 끊어진 것일까. 유 이사장은 “출마를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16일 ‘알릴레오’), “나를 소환하는 세력이 많은 것도 아니다”(14일)라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여권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위기를 맞게 되면 친노와 친문 모두에 뿌리가 닿아 있는 유 이사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유 이사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친문세력과 유력 주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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