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발언 문제없다, 균형잡힌 전문가" 黨靑 기모란 사수작전

주희연 기자 2021. 4. 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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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코로나 방역을 전담하는 방역기획관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한 것을 두고 19일 여야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했다. 기 기획관의 ‘전문성’, 청와대의 ‘코드 인사’, 질병관리청과의 ‘업무 중복’ 등이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실패한 정부 정책을 감싸기 위한 친(親)정권 인사 기용”이라며 전날에 이어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사”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민주당 내에선 “기 기획관은 가장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전문가”라는 발언도 나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기 기획관의 ‘전문성’ 문제였다. 기 기획관은 그동안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50여 차례 출연해 “백신 구입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우리가 방역 세계 1등” 같은 발언을 해왔다. 야당은 “방역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에게 방역 총괄을 맡기냐”고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며 정부 방역을 홍보해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기 기획관은 백신이 급하지 않다고 얘기하더니 지금 상황이 어떤가”라며 “일부 외신에서는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6년 이상 걸릴 거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방역 방해 전문가를 방역기획관으로 발탁한 꼴”이라고 했다. 기 기획관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구매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방역 전문가가 쓸 만한 백신과 효능 떨어지는 백신도 구별 못 하고 ‘예비적 보유’에 대한 개념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당시 기준으로 보면 기 기획관의 주장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잘 관리되던 때엔 전문가 집단에서도 외국 사례를 먼저 본 뒤 안전성이 확보되면 백신을 들여오는 게 맞는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그때 상황에 맞춰 말한 것을 지금 와서 잘못이라는 건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했다. 홍영표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그 당시엔 백신 개발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고 했다.

정치 편향성과 코드 인사 논란도 계속됐다. 기 기획관은 주로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 라디오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을 칭찬하거나 홍보하는 발언을 해왔다. 김씨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다스뵈이다’에도 10여 차례 출연했다. 기 기획관의 남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런 점을 들어 야당에선 “친정권 인사에게 방역 총괄을 시키면 어떻게 국민들이 믿고 정부 정책을 따르겠냐”고 했다. 국민의당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 울화를 가라앉히고 신뢰를 회복하기보다는 그간 정권에 봉사하며 욕먹은 분들에 대한 보은이 더 중요했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민주당 의원은 “기 기획관은 의사 출신으로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의협에서 공격받을 정도”라며 “내가 본 전문가 중 가장 객관적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이번 인사에서 신설된 자리다. 의료계와 야당에선 질병관리청 중심의 기존 코로나 업무 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런 식의 정치 방역 인사를 하게 되면 옥상옥(屋上屋) 등 중복 측면이 강화되고 갈등만 생겨 훨씬 나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의료계까지도 정치적으로 활용해 질병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라디오에서 “질병관리청과 이야기하는 소통 통로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수세에 몰린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 청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할망정 청와대에 또 다른 방역 전담 인사를 임명하면 정 청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제가 드러난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동안 정부 정책을 잘했다고 칭찬한 인사를 등용한 것은 청와대가 인사 쇄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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