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원' IRP 나왔다.. 퇴직연금 시장 지각변동
20년간 1600만원 절약 가능
증권업계에서 운용 수수료를 100% 면제해주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을 등장시키면서 퇴직연금 관련 금융상품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증권사 IRP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수수료 면제를 통해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19일 운용·자산 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삼성증권 다이렉트 IRP’를 출시했다. 그간 금융사들은 연간 0.1~0.5% 수준의 운용·자산 관리 수수료를 받았는데, 면제해주는 상품이다. 삼성증권은 “만 55세 퇴직자가 퇴직금 3억원을 IRP 계좌에 입금하고 20년간 매년 3%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연금으로 받으면 300만~16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게 되는데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수수료 면제로 수익성 개선
IRP 계좌는 은퇴소득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계좌의 일종이다. 퇴직금을 IRP 계좌에 입금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해주는 세제 혜택이 있다. 또한 이와 별도로 개인이 추가 납입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는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원금 보장형 상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고, 0.1~0.5% 정도의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나면 수익률이 저조했다. 삼성증권은 “다이렉트IRP는 가입자가 근무한 기업에서 지급한 퇴직금과 본인이 추가로 낸 개인 납입금 모두에 대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므로 장기투자 상품인 IRP의 수익률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모든 수수료가 면제인 것은 아니다. 펀드 등 개별 투자 상품에 투자할 때 해당 상품에 대한 수수료는 내야 한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연금 자금 대이동?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사별 개인형 IRP 적립금의 비율은 여전히 은행이 69.3%로 가장 높았다. 증권사의 비율도 2019년 20%에서 지난해 말 21.9%로 높아졌다. 특히, 증권사 IRP 계좌의 적립금은 2019년 말 5조773억원으로 전년(2조1434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7조5485억원으로 1년 사이 49% 더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증권사의 IRP 수익률은 더 돋보이는 상황이다. 금감원 통합 연금 포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증권사의 IRP 수익률(각 증권사 수익률의 평균)은 11.2%였다. 은행(4.7%)이나 생명보험(3.9%), 손해보험(2.3%)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 IRP 계좌를 만들어 ETF 투자를 하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 IRP 계좌로 개별 주식에 투자하지는 못하더라도, ETF를 통해 특정 증시 전체나 세부 업종·테마 단위로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일반 계좌로 해외 주식형 펀드나 해외 자산을 추종하는 국내 ETF 등에 투자하면 원래 수익에 대해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증권사 IRP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세율 3.3~5.5%인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증권업계에서 수수료 면제 IRP가 먼저 출시되면서 증권사로 IRP 계좌를 이전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벌어지면, 결국 증권사와 경쟁하는 은행권에서도 IRP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해주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 금융사들의 IRP 수수료 인하나 면제 움직임을 놓치지 말아야 노후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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