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이겨낸 빛 바랜 유산, 근대·초기 산업화시대 증언하다
역사박물관·문화재청 공동으로 주최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20년 맞아 기념
50년 넘는 근대·현대 초기 유산 대상
서양의사 수술 집도·올림픽 첫 참가 등
당시 사회상 엿볼 수 있는 사료 가치
등록문화재는 한국 근대화 과정의 가장 뚜렷한 흔적이다. 서양문화의 본격적인 수입과 자기화, 기계화와 표준화, 국제사회 진출 등 전통시대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거대한 변화의 산물이다. 등록문화재를 통해 근대화, 산업화 초기 한국의 발전 방향,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후 20년이 되었음을 기념하는 자리다.
◆의학, 외래문화의 도입과 전통의 쇄신
1904년 촬영된 사진 한 장. 서양인 2명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두 사람 주변에서 수술을 보조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탕건을 쓰고 수술용 가위를 건네고 있는 학생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박서양, 1908년 세브란스의학교를 1회로 졸업한 인물이다. 훗날 만주에서 병원을 개업했고,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하면 독립군들의 치료도 도맡았다.
서양의학의 도입은 근대화로 인한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였다. 최초의 서양식 근대병원인 제중원이 1885년 개원했고, 알렌, 에비슨, 분쉬 등 서양인 의사들이 입국해 의학을 가르치며 인력을 양성했다. 알렌이 작성한 진단서, 분쉬의 외과도구,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에서 간호인 양성을 목적으로 간행한 간호교과서 등이 등록문화재에 올라 있다.
◆신생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 알린 올림픽
해방 이후 한국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긴 했으나 신생국 대한민국을 각인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 있었다.
‘아리랑 드레스’는 처음으로 세계 미인대회(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한 오현주(3회 미스코리아 진)가 입었던 옷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 노라 노가 한복과 서양식 드레스를 절충, 융합해 제작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퍼레이드와 대회장에 입장하며 입었던 이 드레스는 대회에서 의상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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