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DA 10년, 양적·질적 성장했다"는 정부 설명, 믿어도 될까요

김유진 기자 2021. 4.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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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리나라는 2010년 OECD DAC 가입 이후 양적, 질적 성장을 통해 중견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13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발표한 2020년 공적개발원조(ODA) 잠정통계 결과를 전하는 보도자료에 담은 문구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ODA 규모는 22.5억달러로 DAC 회원국 29개국 중 16위를 기록했고, ODA 연평균 증가율은 9.7%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2010년 ‘공여국 클럽’인 OECD DAC에 가입하면서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국의 개발원조로 빈곤국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는 등 한국이 국제적 책무를 일정 부분 다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청년들을 비롯한 다수의 개발협력 활동가들이 세계 구석구석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한국 ODA가 지난 10년간 양적·질적 성장을 거뒀다고 자신있게 말해도 괜찮은 것일까. ODA 통계 수치나 2021년부터 5년간 실행될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정부의 설명은 ‘자화자찬’에 가까워 보인다.

■ODA 양적 목표는 끝내 도달 못해

정부가 ‘ODA 양적 성장’ 근거로 내세우는 지표는 ‘ODA 연평균 증가율’이다. 2010년 이후 OECD DAC 회원국들의 연평균 ODA 증가율은 2.7%인데, 한국은 올해 9.7%로 ‘최상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연평균 ODA 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ODA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24번째로 DAC 회원국에 이름을 올린 ‘후발주자’인 한국이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2010년 약 1조3000억원이던 ODA 예산은 2021년 약 3조7000억원으로 세 배 가량 증액됐다.

그런데 증가율이 높다고 ODA의 절대적 크기가 많은 것은 아니다. 2010~2019년 기간 한국 ODA 연평균 증가율은 11.9%로, 일본의 5.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ODA 전체 규모로는 한국은 25억2700만달러로 일본(155억700만달러)의 5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ODA의 양적 규모를 논할 때는 한 국가의 힘이나 위상과 비교해 ODA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따져보곤 한다. 대표적 지표가 경제규모 대비 원조 수준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ODA/GNI(%))이다.

OECD DAC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GNI 대비 ODA 비율은 0.14%로, 전년 대비 0.01%포인트 감소했다. 2020년 ODA 규모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지난해보다 8.7%포인트 감소했기 때문에 예견된 측면도 있다.

문제는 한국이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공약한 ODA/GNI 비율 목표를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5년 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에서 ODA 재원을 2020년까지는 GNI 대비 0.2%로, 2030년까지는 0.3%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5년 0.14%에서 시작해 2016년 0.16%로 소폭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2017년(0.14%), 2018년(0.14%), 2019년(0.15%), 2020년(0.14%) 등 5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다.

국제개발협력 시민단체 발전대안 피다의 한재광 대표는 “양적 측면에서 한국은 약속한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며 “목표를 왜 달성하지 못했는지, 목표가 너무 야심찬 것은 아니었는지 성찰적으로 점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015~2019년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ODA 홈페이지

■질적 성장도 여전히 물음표

올해 1월 발표된 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1~2025)은 ‘2030년까지 ODA 총 규모 2배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발원조를 끌어올리겠다’며 제시한 기준점인 ODA/GNI 비율 목표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정부는 ODA의 지속적인 확대라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미래의 GNI 수준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어 기준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ODA의 양적 확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ODA의 내용과 방향 등 ‘질적’인 측면에서 제고가 나타나고 있느냐다. 한국 ODA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원조 분절화, 무상원조 확대, 낮은 비구속성 원조 비율, 최빈국에서의 높은 유상원조 비중 등이 개선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ODA 전략으로 보건의료 분야 지원을 우선시했지만, 실제로는 신남방·신북방 정책과의 연계성을 강조하거나 민간 기업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앞으로 5년간 한국 ODA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 ‘국익’을 정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크다. 정부는 3차 기본계획에서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 가치 및 상생의 국익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1·2차 기본계획에서는 ‘국익’이라는 단어가 아예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영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익, 일자리, 해외진출과 연계한 ODA 전략이 노골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선진국들도 ‘포괄적 국익’의 관점에서 ODA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상생의 국익’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수원국과 공여국의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익’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한다”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의 규정과도 거리가 있다. 한대광 대표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단기적, 상업적인 공여국만의 이익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월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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