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與 '종부세 완화' 카드 만지작.. 시민단체 "불평등 더 악화"

나진희 2021. 4. 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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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4·7 재보선 참패 이후 여당 내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세 부담을 깎아주자는 논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까지 “완화 의견을 짚어보고 있다”며 거들었지만, 시민단체는 “부동산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의원들 ‘종부세 완화’ 논의 불붙여… “현실화해야”

19일 국회에 따르면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권 내에서 1주택자 종부세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재·보궐선거 전만 해도 1주택자 대상 종부세 완화 검토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던 당정의 분위기가 180도 변화한 것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지목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서란 해석이다.

실제 여러 여당 의원은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친문 강성’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주택자 보유세, 2주택자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지방세·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개정안에는 집값 급등 및 공시가 현실화를 고려해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공시가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1주택자 재산세 인하 기준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과 공시가격 합산액 12억원 이하인 2주택자에 대해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같은 당 이광재 의원도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1%에게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다.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대폭 상향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서울 같은 경우 (종부세 대상자가) 16%면 너무 많다. 원래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상위 1%였다. (과세 기준을) 1%에 맞추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1년에 고작 4만원 추가… 종부세 완화 불평등 가속화”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 논의가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종부세 기준이 부담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세부담 또한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19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완화하자는 주장은 부동산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종부세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서울 공동주택에서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서울의 16%이지만 전국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게다가 무주택 가구는 전체의 40%에 이른다”며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종부세의 목적을 감안한다면 9억원이란 기준을 낮다고 평가할 근거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9억원은 현실화율 70%를 고려했을 때 약 12억9000만원의 시세에 해당하고, 시세 13억원에 해당하는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에게 올해 부과될 종부세는 약 4만원에 불과하다고도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약 13억원에 해당되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1년에 4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을 심각한 부담이라고 느낄 사람은 없다”며 “종부세를 1년에 100만원 이상 납부하려면 시세 기준 16억4000만원(공시가격 11억5000만원)의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연령에 따라 최대 80%까지 종부세가 감면되고 있어 세부담이 큰 계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참여연대는 “종부세를 약화하겠단 것은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겠단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일침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안경을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종부세 완화에 공시가격 속도 조절까지

그럼에도 당정이 1주택자 대상 종부세 완화 검토를 이어가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정기 국회 전까지 종부세 완화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 조절까지 검토하겠단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을 토대로 산정되므로 추후 공시가격의 오름폭이 줄어들면 종부세 세 부담도 함께 덜어진다. 

민주당은 이번 주 당내에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정기 국회 전까지 정책 수정이 필요한 부분의 정리를 마치겠단 방침이다. 기재부도 종부세에서 고령자·장기보유자 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종부세 부과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기재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고령인 1가구 1주택자는 은퇴 후 종부세를 납부할 여력이 크지 않고, 장기보유자나 실거주자를 투기적 수요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종부세 공제 확대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대폭인 19.08% 오름에 따라 반발이 거세자 속도 조절도 논의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인) 9억원 기준이 11~12년 전에 마련된 것이다. 저도, 기재부도 (종부세 부과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의견 많이 받았다.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잘못된 시그널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런 의견을 짚어보고 있다”며 “정부는 종부세 제도에 대해 민의를 수렴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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