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신중 모드' 이어가는 안철수..대선 출마도 만지작?

박준우 기자 2021. 4. 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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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안 대표는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데요. 선거 이후 줄곧 합당 신중 모드를 이어왔죠. 이런 가운데 안 대표의 최측근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사견을 전제로 안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야권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핫한 인물을 중심으로 정치권 소식을 알아보는 시간, 오늘도 '줌 인(Zoom 人)'으로 발제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번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봤다면요. 이번엔 김 전 위원장과는 앙숙 같은 사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합니다. 재보궐 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합당을 보채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안 대표가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건데요.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 지금까지 절차는 선거 과정에서 합당하겠다고 했으니까 어떤 합당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국민의당에 확인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국민의당 쪽에서 당원들이 허락을 안 해서 합당을 안 하겠다 하면 그걸로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것이고, 국민의당 당원들이 합당을 허락하면 이제 논의가 되는 것이고 그런 거죠.]

사실 안철수 대표, 보궐 선거 이전까지 줄곧 다당제를 주장해왔었죠. 중도층을 포용하는 제3당 구축이 안 대표의 정치 목표였습니다. 지난해 정계 복귀를 선언하는 입국 기자회견에서도 중도보수 통합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는데요.

[JTBC '썰전' 251회 : 우리는 다른 정치 하겠다고 만든 정당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과도 통합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득권 양당제를 깨는 게 정치에서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감해요 근데 제가 10년 동안 그 주장을 했는데 결국 큰 흐름에서 벗어나니까 주장이 아무리 옳아도 안 되더라고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해 1월 19일) : (중도 보수 통합을 위해서 혁신통합 추진 위원회가 지금 구성 중에 있습니다…) 저는 관심 없습니다. 진영 대결로 1 대 1 구도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정부 여당이 바라는 일입니다. 오히려 야권에서 혁신 경쟁을 통해서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면 그러면 1 대 1 보다도 훨씬 더 합이 더 큰 그런 결과를 얻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러던 안 대표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갑자기 국민의힘과 합당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선거 초반 안 대표는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등을 달렸었죠.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을 마친 이후부터는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안 대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고, '합당' 발언으로 일종의 승부수를 띄웠던 셈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달 16일) : 저는 야권 단일 후보가 되어 국민의힘과 통합선거대책위를 만들어 야권 대통합의 실질적인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동지들의 뜻을 얻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마음이 급한 쪽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돼버렸습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합당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까지 마친 상황이죠. 안 대표는 합당의 당위성을 내세우면서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태규/국민의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영남지역의 당원들은 적극적으로 합당에 찬성하시는 입장이고요. 충청권에도 이제 그 저희가 그때 이제 대표님 수행한 그 실무 당직자들 보고를 종합해 보면 어쨌든 통합은 하되 좀 신중하게 해야 된다, 전략적 고민을 좀 많이 해야 된다.]

안 대표가 합당을 두고 당내 이견을 내세우며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이는 건 크게 2가지로 이유 때문인 듯 합니다. 첫 째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란 변수 때문인데요. 윤 전 총장, 말 그대로 등판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이냐, 제3지대 개척이냐를 두고 고심 중일 텐데요. 만일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조기 합당할 경우 제3지대는 무주공산이 됩니다. 그 사이 윤 전 총장이 금태섭 전 의원 등과 함께 제3지대에 깃발을 꽂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 전 의원은 제3지대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 세력이라고 표현했지만요. 신당을 만들어 국민의힘과 겨루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혔죠. 국민의당으로선 국민의힘과 합당을 서두를 경우 결국 중도라는 정체성이 희석되고 지지층을 신당에 내어줄 우려가 있는 겁니다. 안 대표, 지금쯤 합당 얘기를 괜히 먼저 꺼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 대표의 진짜 속마음, '온 더 레코드' 시작합니다.

['그러지 말걸' - 신현희와 김루트 : 우워 그러지 말걸 우워 그러지 말걸 그러지 말걸 말하지 말걸 내 마음 전하지 말걸]

두 번째로는 국민의당과의 주도권 싸움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원내 3석 뿐인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동등한 위치에서 당 대 당 신설 통합을 요구하려면 시간을 끌 수 밖에 없다는 건데요. 안 대표가 주장하는 '야권 혁신 플랫폼'의 취지를 살리려면 신설 통합이 맞다는 거지요. 하지만국민의힘 내부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좀 더 강한데요. 안 대표가 합당 연장전에 돌입할 낌새를 보이자 간 만 본다는 불만이 또 다시 터져 나오는 듯합니다.

[정진석/국민의힘 의원 (1월 13일 / 화면출처 : 유튜브 '국회대학교') : 대통령 대선 포기하고 시장 나오겠다고 얘기하고 다 좋아요.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는 여지껏 안 해. 계속 간만 봐.]

정진석 의원이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1월에 했던 발언인데요. 국민의힘 중진들도 '합당이 곧 자강'이라며 빠른 통합에 뜻을 모았던 만큼 지금 상황이 썩 내키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안 대표의 최측근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방어에 나섰는데요. 기계적으로만 합당하면 지난 바른미래당의 지방선거 참패,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이죠. 흡수 통합은 안 된다며 안철수의 역할론을 강조했는데요.

[이태규/국민의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정치를 너무 실리와 지분관계로만 이해하고 통합이나 합당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그건 이제 대의명분이나 가치정치의 몰이해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안철수 대표가 왜 제3의 중도실용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지 또 시대 변화나 요구에 얼마나 충실하려고 노력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야권은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 윤석열 전 총장의 트로이카 체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트로이카가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이 사무총장의 입에서 대선 출마 얘기가 나왔습니다. '안철수의 본심을 알고 싶다면 이태규의 입에 주목해라'. 제가 종종 언급하는 뇌피셜 가설 중 하나죠. 안 대표가 대선 출마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걸까요?

[이태규/국민의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개인적으로는 야권이 이번에도 단일화 과정에서 사실 어떤 정치적 흥행에 성공했다고 봐야 되는데 야권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가 만약에 빠진다면 그건 흥행이 별로 안 될 거다 이런 생각은 갖고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때 분명 대선 출마는 접겠다고 밝혔는데요. 서울시장이 안 되더라도 대선은 불출마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바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이 '개인적인 의견'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요. 안 대표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열어놓은 셈인데요. 주연배우를 맡든 연출을 맡든 야권의 트로이카 체제를 재편하는 데 있어 중심축은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합당 '신중 모드' 이어가는 안철수…대선 출마도 만지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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