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한화의 '어쩌다 주전' [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21. 4. 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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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레이스 따른 뎁스 부족 우려
수베로, 독특한 144경기 주법 선언
성장형 젊은 선수 주류로 시도 가능

[스포츠경향]

한화 선수들이 시범경기 두산전 승리 뒤 수베로 감독(뒷줄 맨 오른쪽)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의 시범경기 1위가 확정되던 지난 3월 어느 날. 야구단 프런트에 긴 세월 몸담은 한 고위급 인사가 사견을 전제로 시즌을 전망했다.

“내가 볼 땐, 올해는 1강8중1약이에요. 작년 우승팀 NC가 전력 손실이 없으니 여전히 강하고, 나머지 팀들은 보기 나름인데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한화는 결국 어려워질 거예요. 아무리 좋게 봐도 전력이 너무 약해요. 뎁스 때문에 장기 레이스에서 결국에는 처질 겁니다.”

그는 10팀 중 8팀이나 ‘중간 전력’으로 분류할 정도로 아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한화를 두고는 오래 고민할 게 없다는 듯 최약체로 고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사실 해당 인사의 평가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었다. 한화는 지난해 최하위팀으로 승률도 고작 0.326(46승3무95패)에 불과했다. 더구나 시즌 뒤에는 이용규·송광민 등 주전급으로 여겼던 선수들까지 내보냈으니 후한 평가를 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수 있었다.

이 인사뿐 아니라 ‘야구단 밥’을 꽤나 먹은 사람들이라면 144경기 레이스를 완주해야 하는 한화의 스태미너를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쩌면 한화의 시즌 전망은 이미 일반화돼 있고, 누구나 아는 문제를 당사자인 한화가 풀어가는 일만 남았는지 모른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이 같은 외부 시선에 불감한 건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그에 대한 힌트를 구단 관계자들에게 이미 전했다.

“나는 벤치 멤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다. 벤치에만 있다가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만 나가서는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엔트리에 있다면 백업 멤버라도 일주일에 두 번은 선발로 낼 생각이다. 그렇게 로테이션을 시켜 1군 가용 자원을 늘리겠다.”

야수 운용의 폭은, 보통 경기 수 대비 라인업 개수로 설명한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의 라인업 개수를 다른 팀과 직접 비교하면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대부분 팀은 일부 선수의 체력 관리와 상대 투수에 따라 대개는 라인업 일부만 조정한다. 확실한 주전과 확실한 벤치 멤버 사이의 선발 출전 경기 수 편차도 크다. 이와 달리 올시즌 한화 야수들의 선발 출전 경기 수 편차는 매우 작다.

전 경기 선발 출전 선수는 아예 없다. 전 경기에서 1경기 모자란 12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도 힐리와 하주석, 정은원 등 3명뿐이다. 한 경기에라도 선발로 나온 야수가 14명에 이르는데 이 중 강경학과 이해창 등 선발 경기 수가 가장 적은 선수도 4경기에나 선발로 나왔다.

한화의 뎁스는 분명 약하다. 혹여 주전 구성 작업을 서둘렀다가 그중 몇몇이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위기를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어도 ‘주전 체험’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어느 팀보다 많다.

이는 미완성 선수들이 주류인 ‘지금의 한화’이기 때문에 실천 가능한 전략이기도 하다. 라인업이 어느 정도 안정된 팀에서는 감독이 경기별 출전 선수의 폭을 자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출전 자체가 비즈니스인 프로야구에서 주전급 베테랑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자주 뺄 때는 감독의 용단이 필요하다.

한 현역 감독은 최근의 한화를 두고 “감독은 선수 운용에 있어 단순히 전략적인 부분을 떠나 이것저것 보고 잴 게 많다. 그런데 한화처럼 거의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팀은 오히려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뭐든 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겨울부터 제2의 창단을 하듯 움직였다. 빙그레 이글스 창단 시기인 1986년쯤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도 하다. 다른 6개구단의 비협조로 선수 수급 자체가 어려웠던 7번째 구단 빙그레는 창단 원년에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인 1987년 0.454의 승률로 청보 핀토스를 밀어내고 6위로 점프했다. 또 바로 다음 해인 1988년에는 높이 날아올라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지금의 한화는 그 어디쯤 있을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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