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재기' 연산학습은 이제 그만

한겨레 2021. 4. 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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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큰 관심사다.

유치원 입학 시기가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휴직하는 학부모가 늘어난 원인은 교육 과정상 초등학교 1학년은 오전 수업만 있어 오후에 돌봄 공백이 생기고, 돌봄교실이 있다고 해도 유치원의 돌봄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가르친다.

초등학교 1학년의 수학 기초교육 문제 못지않게 초등과정 전반에 만연한 연산 학습 문제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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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연재ㅣ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

매년 3월이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큰 관심사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더욱 긴장된 분위기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춰 육아휴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치원 입학 시기가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휴직하는 학부모가 늘어난 원인은 교육 과정상 초등학교 1학년은 오전 수업만 있어 오후에 돌봄 공백이 생기고, 돌봄교실이 있다고 해도 유치원의 돌봄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심경을 건드리는 것은 한글과 수학 기초교육 문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17년부터 한글 기초교육이 이전보다 두배 정도 강화되었다. 한글 기초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것에 따른 개정이다.

그렇지만 그 말을 믿고 가정의 소신에 따라 한글 기초교육을 따로 하지 않고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낸 부모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작 학교에서는 대다수의 아이가 한글을 능숙하게 쓴다는 이유로 세심하게 한글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 과목의 숫자 쓰기나 계산식 쓰기 교육도 비슷한 상황이다. 누리과정에는 숫자를 쓰거나 덧셈과 뺄셈 같은 계산식을 쓰는 교육이 없다. 이런 내용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가르친다.

그러나 한글 교육과 마찬가지로 수학 교육도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이 대다수라 학교에서도 진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그 결과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 선행 학습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순진한 아이와 그 부모에게 돌아가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 아이가 입게 될 상처는 평생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교통사고와 같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사건에 대하여 국회에서 법을 만들고 대처하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한글 기초교육이나 수학 기초교육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처나 피해를 교사들의 교육 권한으로만 넘기고 국가가 방관하는 것은 청산해야 할 적폐다.

초등학교 1학년의 수학 기초교육 문제 못지않게 초등과정 전반에 만연한 연산 학습 문제도 심각하다. 일명 ‘초 재기’ 학습으로 불리는 연산 학습은 수학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단순한 반복과 경쟁적인 문제풀이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주범이다.

이로 인해 수학 교과서의 개념 설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문제를 풀어 답이 맞았는지만 확인하려고 하는 이상한 학습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을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개인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학생 개인의 성장을 돕는 역할 대신 점수에 맞춰 학생들을 줄 세우는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이 헛된 공약이 아니고 공교육의 구석구석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최수일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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