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누가 S고 누가 B인가 / 박명구

한겨레 2021. 4. 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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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도 변치 않는 교원성과급제

박명구 ㅣ 경기도 고양시 백송고등학교 교사

교정에 봄꽃들이 한창이다. 봄은 왔지만, 선생님들은 올해에도 잔인한 4월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에도 교육부는 교원성과급을 차등제로 적용한다는 공문을 학교에 배포했고, 균등지급이 적발될 시에는 엄중히 문책한다는 친절한 안내도 함께했다. 학교는 3월 말과 4월 초 일제히 2020학년도 교원성과급 등급을 휴대전화 문자로 교사들에게 발송했다.

교원성과급 제도는 2001년 교직 사회의 경쟁 유도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교사의 업무실적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 뒤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학교에도 몰아닥친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업무실적이라는 게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매달 그리고 분기별로 성과를 계산하고 실적을 발표하는 일반기업체하고 학교는 같을 수 없다. 사실 학교는 성과를 매기기가 어렵다. 학교는 교장과 교감인 관리자와 부장교사(보직교사), 담임교사, 교과 교사(비담임 교사), 비교과 교사(보건, 상담, 사서, 영양)로 구성된다. 또한 중등학교는 선생님마다 담당하는 학년도 다르고 전공과목도 다르다. 선생님들의 업무는 수업과 행정업무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학교는 행정업무를 중심으로 업무분장을 하고 있다. 학교에도 물론 중요한 업무는 존재하고 선생님들의 성격에 따라 기피하는 업무도 있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업무’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 선생님이 기피하는 업무다. 그런 이유로 2020년부터는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 사후 처리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주고 있다. 또한 중요 업무를 맡은 교사가 있으나 그에 대해서도 보직수당이나 초과근무수당으로 일정 부분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고 있으며,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수업시간을 줄여서 업무를 낮추는 식으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중요 업무나 기피 업무가 있으니 교원 간 성과급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학교에서 중요한 업무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평가해야 한다면 당연히 수업을 평가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시행하는 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를 살펴보면 수업시수·연구성과·연수시간·상담시간 등의 정량평가다. 수업의 질, 연수의 질이 아닌 수업을 얼마나 많이 하고 연수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질보다는 양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일까? 이것 또한 쉽지는 않다. 학교는 다양한 지식과 사고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어떤 형태가 ‘좋은 수업’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교육은 획일화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다.

4월 초 교감 선생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1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성과급 등급은 ‘○’입니다.” 문자를 받고 모든 선생님이 불편했을 것이다. 문자를 보내는 관리자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장이고 민주시민을 육성하고 실천하는 곳이다. 모든 선생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협력하면서 또 다른 교육 주체인 학생들과 교육이라는 예술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것이 학교의 역할이고 교육의 본질이다.

20년 전 처음 학교에 근무할 때 선생님들이 대부분의 행사에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함께 한 추억이 있다. 그 시절에도 업무분장이 있고 담당교사도 있었겠지만 선생님 대부분이 개의치 않고 학교의 일을 함께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회사처럼 무섭게 업무가 나뉘어 있다. 학교를 교사 간 반목과 갈등의 장으로 만드는 게 진정 교육부가 원하는 건지 묻고 싶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교육부는 한 사람의 교사를 정량평가 80%, 정성평가 20%로 평가하고 점수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성과급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다. 성과급제 도입 이후 교육의 질이 높아졌는지 교육부에 묻고 싶다. 20년이 넘어서도 변화가 없다면 폐지해야 마땅하다. 어떤 선생님이 ‘S’고 어떤 교사가 ‘A’고 누가 ‘B’여야 하는가. 이젠 좀 그만 선생님들을 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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