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승강장에 낀 바퀴 '아찔'.. 그들의 출퇴근은 '도전'이었다 [이슈 분석]

윤홍집 2021. 4. 19.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대중교통은 일상이 아닌 '도전'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이용가능한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은 엄두도 못 낸다"며 "대부분 장애인용 콜택시를 이용하려고 하고,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면 '오늘은 무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아득하다"고 덧붙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은 '장애인의 날'.. 휠체어 타고 거리 나서보니
울퉁불퉁 보행로에 곳곳 장애물
열차와 승강장 간격은 너무 넓어
잘못하면 큰 사고 이어질수 있어
"오늘도 무사하길 기도하며 다녀"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휠체어를 이용해 보행로를 이동해봤다. 보행로는 움푹 파이거나 고르지 못하고 횡단보도에는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으로 불편이 심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휠체어를 이용해 보행로를 이동해봤다. 3호선 독립문역(왼쪽 사진)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지지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경복궁역(오른쪽 사진)은 지지대가 없어 휠체어 바퀴가 틈사이에 빠졌다. 사진=윤홍집 기자

#. 지체장애인 장모씨(62)는 최근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 앞바퀴가 끼는 사고를 겪었다. 앞바퀴가 빠지고 뒷바퀴가 들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장씨는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칫하면 열차가 출발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다행히 주변 승객들의 도움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장씨는 이날의 트라우마를 잊을 수 없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대중교통은 일상이 아닌 '도전'이기 때문이다. 버스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고 지하철은 '외나무다리'가 되기 일쑤다. 장애인들은 이용가능한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행로도, 버스·지하철도 험난

최근 서울시가 도보 1671㎞를 대상으로 장애인의 불편사항을 전수조사한 결과, 1㎞당 44건이 설치기준에 안 맞거나 교통약자에게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항목은 보도 평탄성, 횡단보도 턱낮춤과 신호등 잔여시간 표시기,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 등 시설이었다.

대중교통은 더 갈 길이 멀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도입 비율은 60%도 채 되지 않는다.

도시철도규칙과 도시철도 정거장 설계지침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 연단의 간격은 10㎝, 높이 차는 1.5㎝를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간격이 10㎝를 초과하는 역사는 전체의 1/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호선 신촌·홍대, 3호선 경복궁·충무로·동대입구 등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은 역으로 장애인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기도 하다.

지체장애인 김모씨(31)는 "일반 사람들은 보행로가 얼마나 울퉁불퉁한지 모를 것"이라며 "휠체어로 전해지는 충격이 심해서 온몸이 두들겨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은 엄두도 못 낸다"며 "대부분 장애인용 콜택시를 이용하려고 하고,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면 '오늘은 무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아득하다"고 덧붙였다.

■휠체어 이용해 지하철 타봤더니…

실제로 기자가 휠체어를 타본 결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선 보행로부터 움푹 파이거나 고르지 못한 곳이 많았다. 걸었을 때는 체감되지 않던 불편함이었다. 낮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에도 큰 힘이 필요했고, 계단에서는 경사로를 찾느라 우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버스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지하철은 출구가 여러 개지만,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엘리베이터 하나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고, 또다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등 힘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만약 비나 눈이 오는 날이었다면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승강장에서도 고행은 끝나지 않았다. 일부 역들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을 메우는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았다.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음으로 발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란다"는 안내방송은 휠체어 이용자에게 무책임한 소리로 들렸다.

3호선 경복궁역은 승강장 틈이 넓은 역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열차에 오르려다가 바퀴가 끼어 헛도는 일이 벌어졌다. 바퀴를 구르려 해도 휠체어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퀴가 빠진 휠체어를 빼내야 했다. 만약 스스로 일어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장애인들에겐 이러한 경험은 낯설지 않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도로환경이나 교통수단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치돼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위험을 마주하게 된다"며 "일부 장애인 사이에선 출퇴근 길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들은 대중교통 시설에 안전장치를 확충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호선 당고개역에서 '열차 승하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시내 저상버스 도입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장애인 단체이동 버스 확충 등을 요구한 바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