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에도 안 놀라는 수색대 출신 강심장, 이젠 날개를 펼까 [장터뷰]

장민석 기자 2021. 4. 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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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경기 2홈런 깜짝 활약 펼친 NC 박준영
17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친 박준영. 데뷔 첫 홈런이라 동료들이 무관심 세리머니를 펼치는 가운데 혼자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의 타선이 뜨겁다. 10구단 중 홈런(22개)을 가장 많이 쳤고, 가장 많은 점수(82점)를 올렸다. 장타율은 10구단 중 유일하게 4할(0.461)이 넘고, OPS(0.829)도 가장 높다.

알테어(OPS 1.162, 7홈런 16타점)와 양의지(OPS 1.143, 3홈런 18타점)가 타선을 이끄는 가운데 나성범(OPS 0.857, 3홈런 14타점)과 김태군(OPS 0.923, 2홈런 6타점)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을 거머쥔 공포의 타선이 올해도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름 하나가 있다. 물론 표본은 매우 작지만, OPS 1.933에 타율 0.556, 2홈런에 3타점을 올린 박준영이다. 올 시즌 자신의 첫 경기였던 16일 한화전에서 대타로 나와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 그는 17일 홈런 하나를 포함한 5타수 3안타를 쳤고, 18일에도 홈런을 또 쳤다.

이동욱 감독은 17일부터 이틀간 박준영을 주전 3루수로 기용했다. 박준영은 지난 8일 롯데전에서 사구를 맞은 박석민이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NC 타선의 활력소로 떠올랐다.

18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박준영. / NC 다이노스

◇ 대한민국 수색대 출신의 야구 선수

19일 전화로 만난 박준영은 “작년까지만 해도 꼭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는데 올해는 한 타석에 서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내려놓고 임했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카카오톡 인사말은 ‘기회 왔을 때 잡자’다.

박준영의 야구 인생은 순탄치는 않았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6년 1차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로 모두 두각을 나타낸 터라 투수와 타자의 갈림길에 선 그는 투수를 선택했다. 박준영은 “당시엔 투수가 더 재미있었다. 특히 불펜 투수로 뒤에서 막는 게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2016시즌 초반 박준영은 불펜 투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4월 10일 한화전에선 2.1이닝 동안 3탈삼진 퍼펙트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당시 박준영이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김경문 감독이 직접 일어나 주먹을 부딪칠 정도로 인상적인 투구였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실점이 늘었다. 박준영은 “프로 첫해라 스스로 체력 관리가 잘 안 됐다”고 했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간 박준영은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토미 존 수술을 받고 2017시즌을 날린 그는 타자 전향을 선언했다. 그는 “주위 조언도 많았고 나 역시 야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박준영은 재활 기간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4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경기도 화성의 51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한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한 간부의 추천에 따라 인천에 있는 17사단 수색대대로 배치됐다.

무지막지한 훈련을 견뎌야 하는 수색대대에서 박준영은 몸이 힘든 것보다 야구를 할 수 없는 환경에 고민이 많았다. 그는 “전쟁이 난 것과 똑같은 상황으로 하는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며 “무거운 것도 많이 들고 몸을 이리저리 쓰다 보니 팔꿈치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결국 팔꿈치 수술 이력과 더 나빠진 상태로 인해 5개월 만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박준영은 “현역 생활이 너무 짧아 어디 가서 현역 갔다 왔다는 얘기는 안 한다”면서도 “그래도 백발백중의 명사수였다”며 웃었다.

스프링캠프 당시 박준영. / NC 다이노스

◇ 끝내기 홈런을 치고 싶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진해시청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일이 끝나면 마산야구장으로 가서 야수 변신을 준비했다. 작년 4월 소집해제된 박준영은 지난 시즌 32경기에 나와 타율 0.152, 3타점을 올렸다.

그는 “작년엔 솔직히 1군에 올라올 줄도 몰랐는데 뛸 수 있어 좋았다”며 “비록 한국시리즈 무대엔 서지 못했지만 올 시즌을 위한 좋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NC 입단과 함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이 박준영에겐 좋은 본보기다. 박준영은 “(나)성범이 형은 처음에는 어려울 테니 급하게 생각하지는 말라고 조언해 주면서 투수엔 미련을 갖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그는 더는 투수엔 미련은 없다. 다만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한창 잘 던질 때 영상을 본다고 했다. 박준영은 “투수는 공을 잘 던지면 되는 건데 야수는 수비도 해야 하고 주루도 해야 하니 정신이 없다. 신경 쓸 게 많지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준영의 백넘버는 13번. 바로 NC의 레전드 유격수였던 손시헌 NC 코치가 달았던 번호다. 박준영은 “NC에서 워낙 큰 의미가 있는 번호라 코치님에게 번호를 달라고 부탁했다”며 “13번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준영 하면 팬들이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2016년 7월 30일 LG전으로 경기 도중 천둥이 쳤다. 2루 주자 박용택을 비롯해 타자와 포수, 심판이 모두 깜짝 놀랐지만 박준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일을 물으니 “하도 얻어맞고 있어 정신이 없었는지 천둥이 치는지도 몰랐다”며 웃었다.

‘강심장’답게 크게 긴장하는 법이 없는 박준영은 올해 목표를 묻자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를 보내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일단 최대한 1군에서 오래 뛰면서 기회가 된다면 끝내기 홈런 같은 임팩트 있는 장면을 NC 팬들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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