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車-산은, 반도체IP '오픈엣지'에 30억 투자
프리IPO서 몸값 1천억대 중반
자율車 칩 개발에 활용 목적
◆ 레이더 M ◆
현대자동차그룹이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오픈엣지)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오픈엣지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반도체 핵심 기능 블록 설계도면을 공급하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현대차의 투자 결정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산업은행은 지난주 오픈엣지에 3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투자금은 지난 2월 미래 모빌리티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차와 산업은행이 745억원 규모로 조성한 '제로원 2호 펀드'에서 나왔다. 이번 투자는 최근 오픈엣지가 스톤브릿지벤처스, 지유투자 등에서 유치한 315억원 규모 프리IPO(시리즈C) 일부다. 오픈엣지는 이번 프리IPO에서 1000억원대 중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월 시리즈B 대비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7년 12월 설립된 오픈엣지는 직접 반도체 칩을 제작하지 않는다. 영국 ARM과 같이 일종의 설계도면인 IP 제품을 팹리스 업체에 공급해 라이선스 요금과 반도체 칩 생산량에 따른 로열티를 수취한다. 특히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메모리 시스템용 IP에 특화돼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초기 주주로 삼성전자가 출자한 삼성벤처스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 나서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구글·알리바바·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은 3~4년 전부터 자체 칩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점차 반도체 용처가 많아지고 기업별로 요구하는 반도체 사양이 고도화하면서 자체적으로 설계 역량을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는 등 자체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에서 칩을 만들려면 자체적인 솔루션(설계도)을 갖춰야 하다 보니 그런 차원에서 (현대차가)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IP 역량이 있으면 실제로 칩을 양산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으로 기능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투자가 이뤄진 제로원 2호 펀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차(180억원), 기아(120억원), 현대차증권(50억원) 등 계열사로부터 출자받고, 산업은행이 200억원 등을 출자해 투자자로 조성한 펀드다. 투자 대상은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차, 인공지능(AI), 커넥티드카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 분야 스타트업이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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