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간 고무줄 공시가..이번에도 면죄부?
2018년 '갤포레 부실산정'때
감사원 검증도 못한채 덮어
이번엔 현장조사 여부 따져야
"부동산원 업무훈령도 안지켜
공시가 산정과정 공개 필요"
지난 18일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 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과 기준이 불명확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다수의 공시가격이 확인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감사원의 즉각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공시가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걷는 기준으로 쓰이는 동시에 건강보험료·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등 복지제도에서도 활용하는 중요 잣대다.
공시가 업무를 전담하는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은 2018년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아파트 한 동 내 특정 라인에 같은 공시가를 매기면서 논란을 빚었다. 전용면적 170.98㎡ 공시가가 12층부터 최고층인 45층까지 26억원으로 모두 동일하게 매겨진 것이다. 담당 직원이 층별 가격 격차를 반영하는 보정률을 바꾸지 않은 탓이다. 해당 업무를 이어받은 직원도 보정률을 바로잡지 않은 채로 공시가 열람에 들어갔고 결국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이의신청을 거쳐서야 정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감사원이 밝힌 것과는 달리 공동주택 공시가 산정이 실제로 전수조사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 공동주택은 원칙적으로 전수조사를 거쳐 공시가를 매겨야 하는데 실상은 개별주택처럼 공시가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토지 및 단독주택은 지목, 면적, 토지형상 등 특성에 따라 표준을 설정하고 이와 유사한 정도에 따라 개별 토지·단독주택에 공시가를 매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역시 "공동주택 공시가 산정은 특정 단지 내 평형에 따라 기준 가격을 매기고 층, 향, 일조권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차등을 둔다"고 답했다.
올해에는 펜션으로 쓰이는 곳이 공동주택 과세 대상으로 매겨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깜깜이 공시가' 문제는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국토부에서 제작한 '2021년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업무요령'에 따르면 전유부분의 실제 용도가 공동주택이 아닌 경우 공시에서 제외해야 한다. 제주도 모 펜션의 경우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 실제 용도를 확인하기 어렵지 않은데도 공동주택으로 간주했다. 담당자가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정부는 공시가 산정이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원이 다른 감평사 처벌에 관여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동산원은 2013년부터 국토부에서 타당성 심의를 위탁받아 다른 감평사 업무를 평가하고,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 부동산원은 감정평가시장에서 감정평가업자 지위를 갖는 선수인 동시에 심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감평사는 "이런 이유로 평가사들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공시지가를 만들게 된다"며 "이 평가사들은 이름이 노출돼 끝까지 버티다가도 징계 위협이 오면 고분고분해진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원의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감평사들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하는 건 난센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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